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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6 16:49 수정 : 2019.02.26 16:54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연합뉴스

트럼프 수행원 명단에서 제외
베네수엘라 사태 명목 불참 가능성
‘북한 거부감 고려한 조처’ 해석도
비건 주도 단계적 협상안 반대해와
앞서 대북 문제에서 여러 차례 배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가장 강경한 대북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정상회담 직전에도 한국 방문을 예정했다가 취소했는데, 그에게 거부감이 큰 북한을 의식한 조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풀기자단이 26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탑승 공식 수행원 명단에는 백악관의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호건 기들리 부대변인, 댄 스커비노 소셜미디어 국장, 스티븐 밀러 선임고문, 데릭 라이언스 선임비서관 대행, 대니얼 월시 부비서실장, 엠마 도일 예산국 비서실장, 존 아이젠버그 대통령 부고문, 찰스 쿠퍼만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이 포함됐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볼턴 보좌관 이름은 없다.

볼턴 보좌관은 애초 이번주 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한다며 취소했다. 당시 백악관은 “볼턴 보좌관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노이에 갈 계획”이라고 <시엔엔>(CNN)에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참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찬 배석자 명단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만 있다.

볼턴 보좌관이 빠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미국에 남아 대처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북한과 악연이 있다는 점에서 원활한 회담 진행을 위한 조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볼턴 보좌관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주도한 대북 협상을 강경하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핵 폐기와 제재 완화를 단계적으로 주고받으며 최종적 핵 신고를 나중으로 돌리는 단계적 해법을 추진해왔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은 비건 팀이 타결에 너무 급급한다고 사석에서 말했으며, 그런 협상은 실패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을 완전히 선폐기하는 리비아식 모델을 주장하다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그에 대한 북한의 거친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회담을 취소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준비뿐 아니라 북한과 관련한 문제 전반에 관해 볼턴을 “잘랐다”고 당시 한 소식통이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차관 시절이던 2003년에도 내정됐던 6자회담 미국 대표에서 낙마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적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북한 주민들이 지옥 같은 삶을 산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결정할 회담의 중요성이나 인간 존엄을 고려할 때 참가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당시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지던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마저 악화되는 상황을 감수할 수 없어 그를 6자회담에서 배제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영향력이 감소했다.

하노이/황준범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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