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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7 11:26 수정 : 2019.02.27 19: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 앞에서 취재진이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의 생중계 영상을 보고 있다. 하노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두문불출’ 김정은 위원장 대신 첫 공식 행보
베트남 국민기업 ‘빈그룹’ 첫 완성차 공장 방문
도이머이 이후 개혁·개방 정책 벤치마킹 의도
김정은 위원장 삼성전자 공장 시찰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 앞에서 취재진이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의 생중계 영상을 보고 있다. 하노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수행하는 참모들이 27일 하이퐁시에 위치한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Vinfast)’ 공장으로 경제 시찰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경제 발전의 상징인 ‘빈그룹’ 사업지를 공식 행선지로 선택해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를 밝히려는 행보로 읽힌다. 베트남 정부 소식통은 이날 <한겨레>에 “북한의 참모들이 완성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 공장에 경제 시찰을 갈 예정”이라며 “(빈그룹이 운영하는) 빈펄 호텔에서 만찬 및 리셉션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막판 조율 등 탓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단이 먼저 공식 일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북부의 항구도시인 하이퐁은 베트남의 자동차기업 빈패스트를 비롯한 각종 제조업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빈패스트는 베트남이 생산한 첫번째 완성차 브랜드로 외국 자본에 의존했던 제조업 하청기지를 넘어선 베트남 경제가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개혁·개방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북한 체제가 상정하는 미래의 경제상에 가장 가까운 모델인 셈이다. 베트남 빈그룹은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설립된 베트남식당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라면회사로 성장해 리조트사업을 거쳐, 유통·건설·자동차까지 사업을 다각화한 베트남의 ‘국민기업’이다.

베트남 경제는 이밖에도 북한 개혁·개방 정책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도이머이 정책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며 제조업 생산기지로 빠르게 변모했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IT) 및 전자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또 20~30대 청년인구 비중(35% 수준)이 높아 내수 소비시장의 성장잠재력도 높은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베트남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일찍부터 눈여겨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6일 발간한 ‘경제동향 및 이슈’를 보면, 1988년 이후 2017년까지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액은 58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베트남에 투자된 외국자본의 18.1%에 이른다.

이에 베트남 현지에는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SK) 등 한국 기업 6000여개가 일찍부터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인 고용 규모는 70만명 이상이며, 베트남 전체 수출의 30% 이상이 한국 기업의 수출액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더구나 베트남은 도이머이 정책 시행 이후로도 공산당 집권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공산당 정부의 고등교육화 정책으로 청년층의 학력 신장도 눈에 띄게 늘어 2017년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수가 12만명에 이를 정도다.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모델 급변에도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계 상황을 맞고 있는 북한의 내부 경제 사정 역시 개혁·개방과 경제 발전에 대한 갈증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발표한 ‘북한경제리뷰 2월호’를 보면, 2017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3.5%를 기록해 2016년 3.9% 성장률에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양호했던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 2017년 들어 급속도로 악화된 이유는 2017년 이후 잇따라 발표된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둔 탓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유엔안보리 결의 2371호를 시작으로, 9월과 12월 잇따라 대북 제재 결의안이 의결돼 북한과 외부의 교역이 대부분 차단된 상황이다. 2017년 하반기 북한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25%나 줄었다. 2018년 들어서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2017년보다도 90% 가까이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외교역은 거의 붕괴됐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의 결론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경제 시찰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김 위원장은 27~28일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3월1~2일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을 예정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위치한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을 김 위원장이 방문할 가능성도 계속 거론된다.

노현웅 기자, 하노이/노지원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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