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북-미 정상이 23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1대 1 회담을 마친 뒤 임한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하노이 선언’에 담길 합의안의 대략의 윤곽을 드러냈다. 북-미 국교정상화의 전단계인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에 대해선 대략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보다는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선언하는 차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회담의 핵심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관련해선 양국 사이의 막판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8일 오전 확대회담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짧은 문답을 주고 받았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명확히 답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들었나?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이라고 추어 올렸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처’에 대한 질문엔 “매우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다”는 답변에 그쳤다. 현재 북-미가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핵심 관심사인 ‘종전선언’에 대해 오늘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긴 힘들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김 위원장과 그의 나라에 좋은 합의를 할 것이다. 그게 우리가 향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를 하루, 한번의 만남으로 할 순 없다. 나는 북한의 위대한 리더십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쪽이 아직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엔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연락사무소 설치는 두 국가가 국교 수립에 앞서 관계 정상화로 가는 ‘입구’로 간주되고 있다. 북-미가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게 되면 한국전쟁 때 숨진 미군 유해발굴을 위한 목적으로만 국한될지, 아니면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등까지 포함한 영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의 확대회담의 또다른 관심사는 참석자들이었다. 북한에선 김정은 위원장,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용호 외무상이 나섰다. 이에 견줘 북한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 더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섰다.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려는 듯 볼턴 보좌관의 ‘카운터 파트’가 될 만한 인사를 배석 시키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확대회담은 북한에선 3명, 미국에선 4명이 참석한 기형적인 형태로 진행됐다. 북-미는 이제까지의 관례와 달리 확대회담 참석자 명단을 사전 공개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의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북-미 간에 마찰이 있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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