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8 21:02
수정 : 2019.02.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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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한,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작별 인사 장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분위기로 (회담장에서) 나왔다”고 말한 점을 뒷받침하려는듯 김 위원장의 웃는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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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일 만 북-미 정상 하노이 대좌 합의 없이 종료
트럼프 “제재 완전 해제 요구 들어줄 수 없어”
“어떤 땐 걸어야 한다”…속도 조절론 얘기
폼페이오 “영변 외에 굉장히 큰 핵시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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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한,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작별 인사 장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분위기로 (회담장에서) 나왔다”고 말한 점을 뒷받침하려는듯 김 위원장의 웃는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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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다.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 뒤 260일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2차 담판이 결렬되면서 대화 국면이 안갯속에 빠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 9시(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전날 만찬에 이은 본격 담판을 시도했다. 그러나 3시간40분 만인 낮 12시40분께 백악관은 ‘합의 없이 회담이 곧 종료될 것’이라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을 떠나 숙소인 제이더블유(JW) 매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재 문제로 이렇게 됐다”며 “북한은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겠다고 했다”며 “영변은 대규모이지만, 1단계 수준의 영변 핵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추가 비핵화를 해야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의향을 보이며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로 맞서면서 견해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로드맵과 미사일, 핵탄두 무기 시스템 등의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북한과 합의를 못 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까지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영변 외의 핵시설’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에 플러스알파를 원했나’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라늄 농축 시설 같은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데 대해 북한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 규모가 굉장히 큰 핵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8개월여 만에 만났지만 결실 없이 돌아섬에 따라 이후 대화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 개최 시점에 대해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며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담을 시작하면서도 “서두를 것 없다. 내게는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며 장기전 태세를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때는 걸어야 한다”며 속도 조절론을 꺼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겠다”거나 “악수를 나누며 우호적으로 회담을 마무리했다”고 밝힌 점 등에 비춰, 대화 판이 완전히 깨지거나 대결 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는 “김 위원장은 더는 핵실험을 안 하고 로켓 발사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는다”고도 했다. 양쪽은 당분간 냉각기를 보내며 대화 재개 모멘텀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변국의 중재 필요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전용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예정대로 1~2일 이틀간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베트남 정부가 밝혔다.
하노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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