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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1 22:30 수정 : 2019.03.02 12:18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이 1일 0시15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한밤 기자회견을 열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하노이/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북, “우리가 원한 건 전면 아닌 일부 제재 해제”
미, “북 말장난…사실상 모든 제재 해제 요구해”
트럼프 “북-미는 대화 더 해야 한다는 뜻 같아”
북 매체들도 “생산적 대화 이어가기로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이 1일 0시15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한밤 기자회견을 열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하노이/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결실 없이 끝났지만, 북-미는 모두 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합의 무산 원인을 놓고 공방을 벌이며 완강한 견해차를 드러내, 대화에 재시동을 걸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5·6·8·9면

북-미는 2차 정상회담 합의문 도출 실패의 책임을 놓고 이틀에 걸쳐 ‘심야 회견’과 재반박을 벌이며 사실관계를 다퉜다.

북한 외무성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1일 0시15분(현지시각) 김 위원장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라며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10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무산 이유는 “북한이 모든 제재 해제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이들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또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민생 관련 제재 완화 대가로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혔으나 미국이 ‘영변+알파’를 고집해 회담이 깨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야 반박 기자회견은 김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필리핀 방문 중 기자들에게 “북한은 기본적으로 무기 분야를 제외한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제재는) 금속 제품과 원자재, 운송수단, 해산물, 석탄 수출품, 정제유 수입품, 원유 수입품 등 그 대상 범위가 넓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나는 북한이 말장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요구한 건 기본적으로 모든 제재의 해제”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도 “북한은 영변에서 꽤 포괄적으로 (폐쇄)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들이 하려는 것의 범위가 아직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공방 속에도 양쪽은 비방은 절제하며 대화 재개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단지 우리 둘 다 어쩌면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북한의 공식 보도를 보고, 그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톤이라는 점에 매우 안심됐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다시 강경한 군사적 행동으로 가기 어렵고, 미국 또한 중국·러시아가 대북 제재 시스템에 구멍을 낼 빌미를 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내상은 입었지만 누구도 대화 판을 깰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화가 재개되려면 일정 시간이나 특별한 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좌에서 통 큰 합의를 기대한 김 위원장의 실망감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는가, 앞으로의 조-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겠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 부상은 이날 오후엔 일부 취재진을 만나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다”며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 등 국내 정치에 몰입하면서 북한 문제는 ‘완전한 비핵화’ 답변을 얻을 때까지 상황 관리에만 머물 경우 교착이 장기화할 수 있다.

하지만 회담 결렬을 계기로 북-미가 각자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공개한 만큼, 이에 기반한 좀더 현실적인 논의와 한국 등 주변국의 중재 노력이 대화를 촉진할 공간도 열려 있다.

하노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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