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5 23:39
수정 : 2019.03.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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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15일 평양에서 외교관들과 취재진을 모아 긴급 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관이고, 왼쪽에 서 있는 남성은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라고 했지만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평양/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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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긴급 회견 “김 위원장 곧 성명 발표,
핵·미사일 실험유예 계속할지 밝힐 것”
하노이 결렬 뒤 미 대북압박에
미국이 양보하거나 한·중 중재하란 메시지
폼페이오 “협상 지속 기대” 달래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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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15일 평양에서 외교관들과 취재진을 모아 긴급 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관이고, 왼쪽에 서 있는 남성은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라고 했지만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평양/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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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와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곧 성명을 발표해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최 부상은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즉각 모라토리엄 약속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외교관들과 외신들을 상대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 등) 북한이 취해온 조처들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지 않거나 정치적 계산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요구에 양보하거나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들은 전했다.
최 부상은 곧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계속할지, 북한이 어떤 조처를 취하게 될지를 밝히는 공식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계속할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 부상의 이날 발언의 내용과 수위는 김정은 위원장의 승인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중대 메시지’이다. 미국이 ‘빅딜 일괄타결’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향후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사일·핵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미사일·핵 실험은 멈췄다”며 여유를 부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 최 부상은 또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며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기차 여행을 다시 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공’을 넘겨받은 미국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화 중단 결심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발표할 성명에서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까지 중단할지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응을 보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28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대화 계속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한이 거부해온 ‘빅딜 일괄타결’을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최근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이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까지 제재 위반으로 문제 삼았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 변화를 보며, 미국의 관계 개선 의지에 근본적인 의심을 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참모들이 내놓은 발언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부상의 발언은 판을 완전히 깨는 선언이라기보다,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 싸움’ 성격이 강해 보인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에 ‘빅딜 일괄타결’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이 다른 제안을 가져오든지 한국이나 중국이 중재하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보여주듯 최 부상은 ‘톱다운’ 방식의 대화 재개의 의지는 남겼다. 최 부상은 이날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는 문제가 없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적대와 불신의 분위기를 조성해 지도자들의 협상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최 부상의 날선 발언이 나온 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철회할 수 있다는 최 부상의 발언을 견제하듯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직접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그가 이 약속을 지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최 부상의 회견이 열리기 전인 1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과 만나 “현재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관여해서 프로세스가 재개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희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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