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 모인 세계 37개국 정상 등 150여개국 대표단 앞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겨냥해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새삼 강조했다. 또,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로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26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 연설에서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은 세계 각국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함께 의견을 나누고, 건설하고 나누며, 다자주의라는 원칙을 고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인프라 구축을 “상호 연결을 위한 초석이며, 경제발전의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중국식 대안모델’을 제시하려는 야심이 느껴진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개발도상국이 막대한 건설 비용으로 ‘부채의 덫’에 걸려, 대중국 의존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은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개척했고, 세계 각국에 새 발전 기회를 제공했으며, 중국의 개방과 발전에 신천지를 열었다”고 강조하며, 다자기구를 통한 개발 융자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앞서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도 전날 열린 사전 주제별 토론에서 “다양한 방식의 민간자본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미국 뿐 아니라 여타 무역 상대국에게도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방 확대 요구에 따라 법규를 수정·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을 왜곡하는 비합리적 규정과 보조금 등을 없애고, 시장화·법치화를 통해 경영 환경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온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와 관련해선 “기업의 합법적 권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침해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강요해 “강제적 기술 이전을 중단하고, 기업의 비밀 보호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안화 환율에 대해선 “다른 나라에게 해를 끼치는 인위적인 환율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시 주석은 나아가 “인민의 생활·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등 중국 시장의 대문을 끊임없이 열겠다”며 “무역 흑자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외국의 질 좋은 농산물과 제품을 수입해 균형 있는 무역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보다 많은 나라와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공동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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