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28일 중국 본토로의 범죄인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일부는 2014년 ‘우산혁명’의 상징인 노란 우산을 들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도심에 ‘노란 우산’이 재등장했다. 범죄 혐의자를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홍콩 당국에 맞서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2014년 ‘우산혁명’의 상징을 다시 꺼내들었다.
29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시민사회와 야당이 주도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시내 중심가 코즈웨이베이에서 출발해 도심을 가로질러 입법원 앞까지 2.2km 남짓한 구간을 4시간 넘게 행진했다. 참가자 상당수가 노란 우산을 들었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범죄 혐의자를 중국 본토로 넘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입법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의 사법당국에 범죄 혐의자의 신병을 넘겨줄 수 없는 법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인권운동 진영에선 정치적 반대 진영에 대한 탄압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 롤란드 로(49)의 말을 따 “홍콩과 중국은 법체계가 전혀 다르다. 홍콩 시민이 중국으로 강제 송환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홍콩 반환의 원칙인) 일국양제가 보장한 인권과 법적 보호 체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전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은 2047년까지 특별행정구로서 사법 자율권이 보장돼 있다.
경제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초 당국에 공개서한을 보내 “외국 기업인들이 홍콩에서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면 세계적 무역·금융 중심지란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당국이 최근 탈세 등 9가지 경제범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2014년 9월26일부터 12월15일까지 이어진 ‘오큐파이 홍콩’ 시위 이후 최대인 13만명이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행진에 나선 지 2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당한 인파가 출발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반면 경찰은 참가자가 2만2800명이라고 추산했다.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2014년 시위는 중국 당국이 홍콩 행정장관 선거 출마 자격을 후보선출위원회가 지명한 2~3명으로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홍콩 시민사회는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시내 중심가 4곳을 거점으로 점거농성을 이어갔지만, 시위는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홍콩 법원은 23일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와 찬킨만 홍콩중문대 교수 등 당시 시위를 주도한 인권운동가 4명에게 공공소란죄 등을 적용해 각각 징역 8~16개월형을 선고했다.
베이징 / 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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