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30 12:13
수정 : 2019.04.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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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피츠버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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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일 “졸린 조 바이든” 직접 비난
바이든, 첫 유세에서 “트럼프는 미국 전체 대변 포기”
미 언론 “트럼프가 민주당 내 바이든 비판 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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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피츠버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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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서로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면서 2020년 대선 경쟁을 달구고 있다. 민주당의 나머지 19명 주자들을 제치고 트럼프-바이든의 초반 ‘일대일 격돌’이 부각되면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도와주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대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29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첫 유세를 했다. 그는 “2020년에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면 그건 여기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곳이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유세지 선택은 이곳을 비롯한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등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역)를 되찾아오겠다는 의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전체를 대표하지 않기로 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그는 자기 지지층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우리는 모든 미국인을 위해 일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누구인지 모두 알고 있다. 공포를 넘어 희망을, 분열을 넘어 통합을, 거짓을 넘어 진실을 선택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노동자 계층 출신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는 노조 사람”이라며 “이 나라는 월스트리트의 은행가, 최고경영자들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건설한 게 아니라 중산층, 여러분이 건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15달러, ‘부자 감세’ 철회 등 친노동자·중산층 정책을 약속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미 언론은 민주당 내 다른 주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직접 공격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을 ‘트럼프 대항마’로 각인시키려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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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2019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디비전 챔피언인 베일러대학교 여자 농구팀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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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의 많은 주자들 가운데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 공격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는 29일 오전 트위터에 “졸린(sleepy) 조 바이든이 위대한 주 펜실베이니아에서 그의 첫 유세를 할 예정”이라며 “그는 펜실베이니아가 역대 최저 실업률과 철강산업의 번성(그것은 사망했었다)으로 경제적으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으며 위대한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적었다. 자신이 펜실베이니아 경제를 되살렸다고 과시한 것이다.
이날 노동조합인 국제소방관협회(IAFF)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회비에 미친 노조 지도부의 지지를 절대로 얻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회비와 의료비, 경비로 조합원들을 약탈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트럼프를 사랑하고 기록적인 경제와 세금 감축 등을 보고 있다”며 “회비만 빨아들이는 소방관 지도부는 조합원들이 나를 원하더라도 항상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다. 어떤 일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위터에 내년 대선에서 자신과 맞붙을 민주당 상대로 “미친 샌더스(버니 샌더스) 대 졸린 조 바이든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출마를 선언한 25일에는 트위터에 “졸린 조, 레이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민주당 경선이 힘들겠지만 만약 후보가 된다면 한번 붙어보자는 식으로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에는 한 기자가 ‘얼마나 늙어야 대통령 하기에 너무 연로한 것인가’라고 묻자 “내가 제일 젊은 사람이다. 나는 젊고 활기 넘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72살인 자신이 76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77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바이든 전 부통령을 콕 찍어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자를 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조언자들은 이를 자제할 것을 경고해왔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때리기’를 함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과거 상원의원 시절 보수적 태도나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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