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2 17:31
수정 : 2019.05.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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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방독면을 쓴 한 군인이 도망치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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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국무장관 “군사행동 가능…필요하면 할 것”
던퍼드 합참의장 “대통령이 요구하면 지원할 준비”
미, 중남미 정권교체 개입 전례 반복할지 주목
러시아와 “개입 중단”·“마두로 지원 중단”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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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방독면을 쓴 한 군인이 도망치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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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혼란이 지속되는 베네수엘라에 미국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본격 거론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임시대통령’으로 공인한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이 앞장선 반정부 시위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1일(현지시각) 마무리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냉전 시기처럼 노골적으로 정권교체에 개입할 듯한 태도를 취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국 군대가 베네수엘라로 가 과이도를 도울 것이냐’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분명하고 엄청나게 일관적”이라며 “군사행동은 가능하다. 그게 필요하다면 미국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폭력을 피하기 위한 모든 것을 다 하려 노력하고 있다. 마두로가 떠나고 새 선거가 치러지는 평화적 정부 교체를 선호한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에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도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일 유럽 방문 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취소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도 이 청문회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좋은 시야를 확보하고 정보를 수집하려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미군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이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군의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옵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군사행동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은 중남미를 뒷마당으로 여기고 사회주의 성향 정권 축출에 개입해온 미국의 전력을 환기시키고 있다.
미국은 1954년 과테말라에서 쿠테타를 지원해 민족주의자인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을 내쫓고, 61년에는 쿠바 혁명정부를 무너뜨리려 무장세력을 피그스만으로 보내기도 했다. 1973년에는 사회주의 성향의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을 살해한 쿠데타를 중앙정보국(CIA)이 사주했다. 1980년대에도 엘살바도르 내전에 군사자문단을 보내 친미 성향 군사정권을 지원했고, 니카라과에서는 산디니스타 정권을 전복하려고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 1989년에는 마누엘 노리에가 대통령을 체포하려고 파나마를 직접 침공했다.
이런 사례들은 주로 미국이 소련과 대결하며 중남미에서 사회주의가 확대되는 것에 극도로 경계하던 냉전시대의 일이다. 그런데 대외정책에서 개입을 최소화겠다고 공약한 트럼프 행정부는 갈수록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1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를 ‘독재정권 트로이카’로 칭하며 “붕괴돼야 한다”고 밝혔고, 올해 4월17일 피그스만 침공 기념일에는 “먼로 독트린은 살아 있다”고 했다. 1823년 제5대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내세운 먼로 독트린(먼로주의)은 유럽에 대항한 미국의 ‘미주대륙 종주권’ 선언 같은 것이다.
다만 미국은 현재까지 베네수엘라에 대해 외교적·경제적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마두로 정부의 자금줄인 국영 석유회사 자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했으며,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는 쿠바에 전면적 금수 조처를 경고했다. 러시아와도 서로에게 ‘배후론’을 제기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해 “마두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주권국가(베네수엘라)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위협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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