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0 20:18
수정 : 2019.05.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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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각)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운송했다는 이유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선박은 현재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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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북 두번째 규모 선박 압류” 발표
선박 몰수 위해 뉴욕 연방법원에 민사소송 제기
미, 북 선박 첫 압류…‘제재 완화 없다’ 강력 메시지
트럼프 “북 미사일 심각하게 봐…협상 준비 안 됐다고 봐”
전문가들 “북 추가 미사일 발사할 수도…맞대응 흐름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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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각)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운송했다는 이유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선박은 현재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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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압류한 사실을 공개하고 몰수 절차에 들어가는 강경한 제재 행동에 나섰다.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에 맞대응하는 모습이어서 북-미 간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북-미 맞대응이 이어질 경우 자칫 한반도 긴장 고조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각)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운송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를 지난해 압류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 이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뉴욕 연방법원에 이날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북한의 최대 벌크선들 가운데 하나인 와이즈 아니스트는 북한산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북한으로 중장비를 수송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1만7000톤급인 이 배는 북한 선박들 가운데 두번째 규모로 알려졌다. 이 선박은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 2만6500톤(약 300만달러어치)을 싣고 항해하다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7월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의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7월 이 선박 압류를 허가하는 영장을 발부했다. 이 선박은 현재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선박을 압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북한이 석탄 등을 거래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감시했다. 이번에는 적발된 북한 및 제3국 선박을 미국이나 유엔 제재 명단에 올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압류·몰수라는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와이즈 아니스트호 압류·몰수 관련 발표와 북한의 4일, 9일 발사체 발사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압류 사실 공개와 동시에 몰수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시점상 ‘북한의 거듭된 무력시위에도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강력한 압박 메시지로 풀이된다. 뉴욕 연방검찰은 “이번 압류로 북한의 반복된 제재 회피 사이클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빅딜’ 접근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이 거듭 발사체를 쏜 것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아무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들이 협상하길 원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협상에 관해 말하고 있지만, 난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화의 문도 열어뒀다. 그는 북한 발사체를 “작은 미사일들, 단거리 미사일들”이라고 부르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들이 그걸 날려보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외교를 고수하려 한다” “우리는 작전이나 태세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미국의 선박 압류·몰수 발표를 두고 “후반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입장 다지기”라고 분석했다. 양쪽 모두 판을 깨지는 않겠으나 다시 마주앉기 전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각각 포석을 놓는 중이라는 풀이다.
북한이 반발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선박 압류에 대응해, 합의를 깨지 않는 수준으로 다시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협상 관련 무반응 기간을 길게 가져가거나 또다시 (장거리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을 쏘는 무력시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5년에는 6자회담이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으나 곧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을 동결하면서 다시 위기 국면에 빠진 바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흐름이 자칫 협상 판을 깨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북한이 하노이 이후 도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게 분명하고, 거기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분명히 있다”며 “지금은 팃포탯(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빨리 이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이라는 협상 시한과 내년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갈수록 신경전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에스컬레이션(갈등 상승)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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