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2 10:57
수정 : 2019.05.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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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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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어떤 건 미사일도 아니었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던 9일 발언보다 수위 낮춰
김 위원장에 신뢰 강조하며 추가 무력시위 자제 메시지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레드 라인’ 넘지 말 것 간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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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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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뢰 위반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신뢰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며 북한에 ‘레드 라인’을 넘지 말 것을 에둘러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를 당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신뢰 위반이라고 보느냐. 이것 때문에 화가 나거가 좌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그것들은 단거리였고 나는 전혀 신뢰 위반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그럴(신뢰 위반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장거리용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이었고, 매우 통상적인 것이었다”, “그들 중 어떤 것은 심지어 미사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시각 지난 4일과 9일 쏜 발사체들에 단거리 미사일 외에도 방사포 등이 섞여있던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거듭 “(신뢰 위반으로 판단하면) 그때 알려주겠다.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보는 게 가능하지만 지금 당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가 북한의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기자들에게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아무도 그것에 행복해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보다 누그러진 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그들은 협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 위반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밝힌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북한 핵·미사일 실험이 중단됐다”며 자신의 최대 외교 성과로 자랑해온 대북 정책이 국내외에서 비판받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김 위원장과 여전히 신뢰 관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에 추가 무력시위를 자제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신뢰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함으로써,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음을 열어뒀다. 특히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나설 경우 ‘레드 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긴장 완화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미 행정부는 대북 제재 압박과 비핵화 ‘빅 딜’ 방침은 지속된다는 신호도 함께 보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0일 <폭스뉴스>의 ‘폭스 앤 프렌즈’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말했듯이 김 위원장은 지금 당장 협상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우리는 계속 굳건히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뒤 몇시간 만에 미 법무부는 제재를 위반해 불법으로 석탄을 운송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를 압류한 사실을 공개하고 이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북한 선박을 압류한 것은 처음이다. 이 조처는 법무부가 수개월 준비해온 법 집행절차이지만, 시점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발표된 것이어서 북한에 맞대응해 강력한 제재 실행에 나선 것으로 비쳤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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