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4 13:55
수정 : 2019.05.2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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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구이양의 화웨이 매장에서 정비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구이양/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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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갈등은 중국의 ‘안보 이해’ 건드린 사드 갈등과 달라
미-중 사이 ‘전략적 선택’ 요구 받는 상황은 없을 듯
프랑스·독일처럼 거부하면, 미국 ‘기밀 제공’ 제한 예상
호주·일본처럼 받아들여도 중국 본격 보복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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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구이양의 화웨이 매장에서 정비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구이양/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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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한국이 말려들어, 2016~2017년 사드 도입 때처럼 두 대국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가하는 사드와 경제 문제인 ‘화웨이 배제’ 요구는 여러 모로 달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다음 세대 패권을 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부터 5세대(5G) 이동통신망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기밀이 중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한국 등 동맹국들에 ‘배제’를 요구해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국익과 외교정책에 반하는 활동에 가담하고 있다”며 화웨이와 그 산하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시켰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꺾고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이 화웨이를 표적삼아 맹공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동아시아 내 미국의 또다른 동맹국인 일본이 5G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이미 결정하면서,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때와 달리 한반도를 둘러싼 격렬한 갈등이 벌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한국이 유일한 표적이었던 사드 갈등 때와 달리 미국이 모든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배제를 요구했고, 각국이 자신이 놓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프랑스는 이미 미국 요구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영국도 비핵심 부품은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요헨 호만 독일 연방통신청 청장은 지난달 15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이 분야에서 많은 특허를 갖고 있기도 하다. 화웨이를 제외하면 (업체들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까는 과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거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파이브 아이스’(다섯 개의 눈) 국가에 속하는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는 배제를 선택했다.
한국이 유럽 국가들처럼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면,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기밀 정보’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절대 ‘택할 수 없는’ 선택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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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사드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 사드 발사대 사이엔 사드 방어용인 패트리엇미사일이 배치됐다. 상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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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구에 따라 화웨이를 배제한다 해도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폭등하거나 한국을 상대로 한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사드는 군사 장비를 들여오는 것으로 중국에게 직접적 안보 위협이 됐지만, 화웨이 장비 배제는 그렇게 보기 힘들다. 사드 때처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에 맞서 기회가 날 때마다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변국 지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화웨이 배제를 결정한 일본의 선례를 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6월 말 방일하는 등 양국 관계는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갈등 이후 가장 우호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에 협력한 캐나다처럼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돌출적인 문제를 일으킬 경우 중국의 날선 보복을 받을 수 있다. 또, 갈등이 장기화되면, 필연적으로 미-중 양쪽에게서 ‘한국은 어느 편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길 요구받을 수도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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