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생전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일 “김정남이 중앙정보국 정보원으로서 중앙정보국 요원들과 여러 차례 만났다”고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과 중앙정보국 사이에 ‘연계’가 있었다”며 “김정남이 중앙정보국 요원과 접촉하기 위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로 갔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출신의 두 여성에게 맹독성 신경작용제가 묻은 손수건으로 얼굴이 덮이는 수법으로 살해됐다. 두 여성은 북한 여권을 소지한 남성한테 돈을 받고 살해 지시를 수행했다. 북한 요원들이 사주한 것으로 의심됐지만 둘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고, 이들은 올해 석방돼 귀국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또 ‘복수의 미국 전직 관리들’을 인용해 “김정남이 북한 바깥에서 오래 산 데다 국내에 권력 기반이 없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세한 내용들을 (미국 쪽에) 제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들은 주로 마카오에 거주한 김정남이 중국의 정보 요원들과도 접촉한 게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보도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은 코멘트를 거부했으며, 중국 쪽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익명의 소식통은 김정남 피살 직후 그와의 관계가 노출되지 않은 것에 중앙정보국이 안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달 뒤인 2017년 5월 일본 <아사히신문>이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머물 때 미국 정보 요원으로 의심되는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고 보도하면서 ‘김정남 스파이설’이 불거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살해범들에 대한 재판에서,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의 휴양지인 랑카위섬에서 며칠 머물 때 호텔에서 신원 불상의 한국계 미국인 남성을 만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 베이징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도 최근 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전 <위대한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그 역시 이런 정보의 출처로 ‘그 기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인물’을 들었다. 파이필드는 “김정남은 중앙정보국의 정보원이 됐고, 중앙정보국은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독재자를 끌어내리려고 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김정남과) 미국 스파이들의 대화를 배반 행위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이필드 기자의 소식통이 <월스트리트 저널>이 인용한 소식통과 같은 인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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