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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한인들 내년 대선서 ‘트럼프 인종주의’ 맞서야죠”

등록 2019-06-13 19:29수정 2019-06-13 20:04

[짬] 재미한인유권자연대 김동석 대표
재미한인유권자연대 김동석 대표.                       이제훈 선임기자
재미한인유권자연대 김동석 대표. 이제훈 선임기자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인종주의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처럼 ‘백인 인종주의’를 자극하는 게 재선에 유리하다고 여긴다. 재미한인들로선 아주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다인종사회인 미국의 소수계로서 인종주의에 맞서 트럼프 재선에 반대해야 하느냐, 아니면 북한과 협상 노선을 지속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지해야 하느냐. 선택의 갈림길이 다가오고 있다.”

김동석 재미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곤혹스러운 낯빛으로 한 말이다. 한참 숨을 고르던 김 대표가 “조직 방침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다시 말했다. “그래도 인종주의에 저항하고 서민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사회에 삶의 근거를 둔 소수계인 재미한인의 권익 신장과 정치참여 운동에 30년 가까이 헌신해온 김 대표의 ‘개인 생각’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불문율과 맥을 함께한다.

이런 ‘결론’은 한반도 평화에 무관심해서나, 개인 정치 성향 때문은 아니다. 김 대표가 말을 이었다. “지금 연방 상하원에 아시안계 의원이 20명이다. 모두 민주당이다. 공화당은 한명도 없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 소수계 문제에 어느 쪽이 관심을 둘지 자명하지 않은가?”

김 대표는 “앤디 김을 내년 11월 선거에서 재당선시키는 게 재미한인사회의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앤디 김은 한인 출신으론 유일무이한 연방(하원)의원이다. 미국의 소수계한테 ‘연방의원’의 존재 유무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연방의원 1명은 90점, 2명은 91점이라 비유할 수 있다. 연방의원이 한명도 없으면 0점이다. 연방의원이 그렇게 중요하다.” 더구나 “정체성의 측면에서 앤디는 사실상 최초의 한인 연방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앤디 김은 연방 의회 첫 출근길에 한인학생 70명과 의회 방문자센터에서 한시간 남짓 대화하는 등 ‘한인·소수자 정체성’에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이달 초 열흘 정도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 국회의장실 초청으로 국회에서 ‘의회를 알아야 워싱턴이 보인다’ ‘2020년 트럼프 재집권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7월16~18일로 예정된 ‘미주한인풀뿌리운동콘퍼런스’(풀뿌리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주한미국대사를 섭외하는 일도 방한 이유다. 김 대표를 현충일인 6일 저녁 서울의 한 호텔에서 3시간 남짓 만났다.

국회의장실 초청으로 이달초 방한
“내년 대선 인종주의 논쟁 커질 것
한인들 ‘북 협상 트럼프’ 지지 고심
내 생각은 ‘인종주의 저항’이죠”

내달 워싱턴서 한인풀뿌리콘퍼런스
한인 활동가 600명 이상 참여

‘풀뿌리콘퍼런스’는 2014년부터 매년 7월 워싱턴 디시에서 2박3일 일정으로 600~1000여명의 한인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시카고·뉴욕·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각지의 ‘한인 권익신장, 정치참여’ 운동 경험을 공유하고 ‘지역의 행동’(로컬 액션)을 ‘워싱턴 디시의 영향력’(디시 임팩트)으로 현실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2013년 창설된 재미한인유권자연대가 이 행사를 주도적으로 조직한다.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장을 포함해 20명 안팎의 연방 의원들이 참석하는 등 워싱턴 정가에서 나름 주목을 받는 행사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로 불리는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가 해마다 1만5천여명의 유대인을 한자리에 모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세를 과시해온 선례를 참고했다.

1996년부터 뉴욕에서 한인 권익신장과 정치참여 운동을 이끌어온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워싱턴 디시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재미한인유권자연대가 창설 5년 만에 미국 정치의 본거지인 워싱턴 디시에 ‘시민로비’의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론 30년 프로젝트가 결실을 거둔 셈”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결론을 미리 전하자면, “미국 의회를 적극 활용하라. 다만 ‘서울의 눈’이 아니라 ‘워싱턴의 눈’으로 접근하라” 정도 되겠다. 김 대표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미국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불신의 시선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조언했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견제·감시하는 데 주력했다면, 하노이 이후엔 ‘트럼프가 나름 신중한 측면도 있다’고 판단해 감시와 견제의 수준을 눈에 띄게 낮추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전진을 위해 의회의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의회의 눈높이와 작동 메커니즘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개성공단 재개 호소는 아직 미국 의회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 한국 정부가 의회에 직접 호소해서는 ‘부작용’ 우려가 더 크다. 그래도 지금 꼭 개성공단 재개를 호소하고 싶다면, ‘힘있는 유권자’라 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을 앞세우는 게 현실적이다. 미국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해야겠으니 의회가 공단이 재개되도록 힘을 써줘야겠다’고 압력을 넣는 게 낫다. 그게 미국 정치의 작동방식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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