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7 16:53
수정 : 2019.06.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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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려고 아라비아해에 배치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22일 전투기가 출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란과 충돌한다면 지상전이나 장기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습을 공격 수단으로 쓸 방침임을 시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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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대이란 제재 회피하는 ‘인스텍스’ 가동 준비
인스텍스에 수백만유로 신용공여 곧 발표
중국은 이란 석유 수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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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려고 아라비아해에 배치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22일 전투기가 출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란과 충돌한다면 지상전이나 장기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습을 공격 수단으로 쓸 방침임을 시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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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일방적 금융 제재를 회피하는 첫 사례 만들기에 나섰다. 이 시도가 무소불위의 미국 금융 제재를 일부나마 무력화할지 주목된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럽연합이 이란과의 교역 금지를 우회하는 특별거래체계를 가동시키려고 수백만유로의 신용을 공여할 것이라고 26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국제사회가 이란과 맺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다가 올해 5월부터는 이란의 석유 수출도 완전히 봉쇄하는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의 금융거래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핵협정 유지를 주장하는 유럽연합은 금융 제재를 피하며 이란과 거래하도록 돕는 특수목적회사인 ‘인스텍스’를 설립했다. 인스텍스는 이란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유럽 기업이 미국이 장악한 국제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도 이란과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거래체계다. 이란 상품을 수입하는 기업이 대금을 이 회사에 제공하면, 이 회사는 이 돈을 가지고 이란에 물품을 수출하는 기업에게 지급하는 체계다.
하지만 인스텍스는 1월에 만들어진 후 한 번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 체계가 불완전한 데다, 기업들이 미국의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연합은 결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원국 정부가 보증하는 신용을 이 회사에 공여하기로 한 것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인스텍스의 가동이 준비됐다고 밝혔으며, 영국·프랑스·독일이 중심이 돼 빠르면 27일 회의를 통해 수백만유로의 신용 공여가 발표될 예정이다.
27일은 이란이 핵협정이 허용한 농축우라늄 보유 한도 300㎏가 초과될 것이라고 선언한 날이다. 이란은 또 7월7일에는 협정이 규정한 우라늄 농축률 한계인 3.67%를 깨겠다고 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과 제재 해제를 맞바꾼 핵협정을 미국이 파기한 이상, 자국도 협정상 의무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은 이란의 교역에 숨통을 열어주고 핵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노력이 결실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미국 관리들은 유럽의 시도를 무시하고, 일부 미국 의원들은 인스텍스로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이란 역시 인스텍스가 가동돼도 자국의 피해를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 중국이 미국의 금수 조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완전한 금수를 발효한 뒤 선적된 이란산 석유가 약 1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유조선에 의해 이달 20일 칭다오 부근에서 하역됐다고 전했다. 또 200만배럴 규모의 이란 유조선이 곧 중국 항구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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