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정상이 다시 무역전쟁의 ‘휴전’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하고, 미국은 중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등의 합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3500억달러어치(중국 상품)에 추가로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협상을) 중단한 지점부터 다시 중국과 협의하겠다. 중국은 우리와 협상하는 중에도 돈을 쓸 것이다. 중서부에 있는 우리의 위대한 농부들과 애국자들에게 말이다. 그들은 우리 농산물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감축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국이 복원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일부 풀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안보 상 크게 문제가 없는 장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며 미국 업체들의 부품과 서비스 공급을 차단했는데, 이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자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팔 수 없게 압박하는 데 이어 미국 업체들이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제품 출시를 중단하는 등 고통을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회담이 끝난 뒤 “시 주석과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 훌륭했다”며 “우리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50분께 회담을 시작하며 “(미-중) 무역을 동등하게 만들 무언가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가까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다. 약간 미끄러졌지만 다시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공정한 무역 거래가 가능해지면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핑퐁 외교’ 일화부터 언급했다. “1971년 여기서 100여km 떨어진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미 탁구선수들이 친선을 도모했다. 8년 뒤인 1979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마찰보다 협력이 좋고, 대화가 대항보다 낫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 주석과 전날 밤 비공식적으로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 많은 것들이 성취됐다”며 “중국과 관계는 매우 좋다. 우리가 협상 타결을 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관계 자체는 정말 좋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는 “아주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해 7월6일 미국이 첨단제품 등 중국산 수입품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발효하면서 막이 올랐다. 미국은 지난달 10일에는 2000억달러(약 235조4000억원)어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의 10%에서 25%로 올렸고, 중국도 사흘 뒤인 지난달 13일 중국도 미국 상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했으며,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최고 25% 관세 부과를 거론하며 중국을 위협했다. 3000억달러어치 이상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사실상 수입 중국 제품 대부분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이야기였다. 중국 역시 스마트폰 부품 등 첨단제품에 들어가는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며 대항해왔다.
오사카/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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