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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1 20:15 수정 : 2019.07.02 08: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①북, 협상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②첫 실무협상은 7월 중순께
③비핵화 정의 등 ‘큰 그림’ 합의 첫 과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이달 중순께 시작될 것이라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밝혔다.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으로 대화 재개의 동력을 얻은 양쪽이 협상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2월 하노이에서 충돌했던 북·미가 기존 태도에서 얼마나 유연한 자세를 보이느냐에 다시 성패가 달렸다.

우선 이번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미 협상 주체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담 뒤 오산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무성을 우리의 카운터파트로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단독으로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9일 ‘판문점 회동 제안’ 트위트에 성명으로 화답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판문점에 모습을 보였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대미 협상을 맡았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는 보이지 않았다. 북한 협상팀이 ‘리용호-최선희’ 중심으로 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기존대로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협상을 책임진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나에게 책임을 맡겼다”며 “비건이 실무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이오-비건’ 라인 유지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자의 협상팀을 알아서 선택하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북한은 외무성 국장 담화 등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해왔으나, 이번 판문점 회담으로 ‘선수 교체’ 문제는 수그러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최 부상이 될지, 제3의 인물일지는 불확실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부연설명을 생략한 채, “외무성에서 정확히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두어명 가운데 한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무협상 개시 시기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도 앞으로 2~3주 안, 즉 7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며 “협상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팀들이 모여 의견 교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는 평양, 워싱턴, 뉴욕 등지를 오가며 실무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을 반면교사 삼아, 실무협상으로 탄탄히 다진 뒤 정상회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의 목표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등의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미가 실무협상에서 가장 먼저 정리할 부분은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에 관한 ‘큰 그림’이다.

미국 쪽에서는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월 공식화한 “동시적·병행적” 접근법을 최근 재확인했다. 반면 북쪽은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선호한다.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한 부분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 단계(엔드 스테이트)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동시·병행 이행을 원하나, 북쪽은 신뢰 구축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합의하고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김영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쪽의 근본적 차이점은 엔드 스테이트를 확정 짓고 시작하느냐, 열어둔 상태에서 이행하느냐는 것”이라며 “이 같은 큰 그림에서 북한이 모호한 입장을 갖고 나온다면 시작 단계에서부터 미국은 많은 양보를 (북한에)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 대해 북쪽이 어떤 형태로든 확인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심 쟁점은 영변 핵시설을 중심으로 한 비핵화와, 그에 대한 상응조처로서 대북 제재 해제 문제다. 하노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생분야 핵심 제재 해제를 맞바꿀 것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영변만으로는 안 된다’며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와 전면적 제재 해제라는 ‘빅딜’을 주장했다. 앞으로 협상에 진전을 보려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알파’를 내놓거나, 미국이 영변 폐기 대가로 ‘일부 제재 해제’라도 제시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북·미의 기존 입장에 구체적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 핵단지가 완전히 폐기되면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하나의 단계다. 중요한 단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끝까지 틀어쥐어야 할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서두르지 않겠다. 포괄적인 좋은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최근 유연한 태도를 내비치고, 북한도 판문점 회담을 통해 ‘하노이 충격’을 희석할 계기를 마련한 만큼, 양쪽이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김 위원장과 회담한 뒤 “제재는 계속된다”면서도 “협상 도중 어느 시점에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켄 가우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한겨레>에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에서) ‘비핵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이는 비핵화만 앞세우기보다는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미국이 전략을 바꿨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협상 진전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어떤 양보를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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