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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1 19:59 수정 : 2019.07.12 00:15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덜레스공항/황준범 특파원

백악관·국무부·무역대표부 ‘맨투맨’ 설득전
김 차장 “백악관과 일 수출규제 중재 논의”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만난 뒤 “얘기 잘 됐다”
김희상 외교부 국장 “일 조처는 교역질서 교란하고 미 산업에도 영향”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덜레스공항/황준범 특파원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정부가 대미 외교 총력전을 개시했다.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역할을 분담해 미국 백악관과 정부 부처, 의회 등을 상대로 ‘맨투맨’ 설득전에 나선 것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날 오전 덜레스공항에 모습을 나타내기 전까지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전격적인 등장이었다.

김 차장은 기자들에게 “백악관 그리고 상·하원을 다양하게 만나 한-미 간에 이슈를 논의할 게 좀 많아서 출장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 이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김 차장의 미국 방문 이유와 관련해 “북-미 관계 개선과 한-일 무역분쟁 등에 대해 미국 쪽과 이야기를 하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북-미 대화에 관해서도 백악관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 관련 후속 조처와 남북 정상회담 관련 문제 등도 논의하는가’라는 질문에 “그것도 백악관 상대방과 만나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착 당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만난 김 차장은 기자들에게 “얘기 잘 됐다”며 “우리 입장과 논리를 잘 설명했고, 미국 쪽에서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만큼 우리의 입장을 당연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11일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만남에 이어 12일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도 이날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는 11일 국무부의 롤런드 드마셀러스 국제금융개발국장,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를 잇따라 만난다. 김 국장의 방미는 올해 하반기에 열릴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도 주요 의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노건기 통상정책국장 등이 미국을 찾아 상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유관 부처들의 이런 ‘동시 입체전’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 공조’를 예고한 직후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기업 초청 간담회에서 “전례없는 비상상황”이라며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공조의 핵심 대상은 미국이다.

정부의 대미 외교전 강화는 일본의 대미 로비에 맞서 정부의 논리를 미국에 알려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략 포인트는 일본의 조처가 ‘세계 교역질서 교란’이자 ‘미국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김희상 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강화 조처는 그 전에 있었던 (한-일) 양국 간 갈등 문제와는 별개로 국제규범에도 어긋나고 국제 교역질서를 혼란시키는 위험한 조처이기에 미국이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조처는 미국의 산업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미국 쪽에 특별히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를 필요로 하는 미국 업체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한국에 반도체 생산 장비를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덜레스공항/황준범 특파원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행위가 통상분야의 문제이면서도 그 바탕에는 역사·정치·외교적 배경이 어우러진 정무적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의회 등을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다.

김 국장은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은 팀이 돼 같은 전략을 갖고 조율해 일하고 있다”며 “접촉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경제 부처 위주, 외교부는 국무부와 안보부처 위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김현종 차장은 백악관을 상대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중재론’에 대해 정부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고 있다. 김 국장은 “(정부의 설명을 듣고) 미국 쪽이 어떤 조처를 취할지는 미국이 스스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아직까지 미국 산업계에서 한-일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지 않다”며 미국이 당장 한국이나 일본 어느 쪽 편을 들고 나설 가능성을 낮게 봤다.

워싱턴/글·사진 황준범 특파원, 이완 최하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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