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캠프가 최근 새 상품으로 내놓은 ‘트럼프 빨대’. 트럼프 온라인 스토어 누리집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 빨대를 새로운 미국의 적으로 찍었다?’
종이 빨대가 난데없이 미국 대선판에 끼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가 ‘트럼프 빨대’ 판매에 나서면서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회색 글씨로 ‘트럼프(TRUMP)’라고 쓴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를 자체 온라인 스토어에 새 상품으로 내놨다. 10개들이 가격이 15달러이며, 주문 뒤 배달까지 12~14일이 걸린다.
이걸 상품으로 내놓은 이유가 상당히 ‘정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선거대책본부장인 브래드 파스케일은 ‘트럼프 빨대’ 판매에 관한 이메일에서 “나는 종이 빨대가 지겹고, 당신도 그럴 거로 확신한다. 진보주의자들의 아이디어가 대부분 그렇듯이, 종이 빨대는 잘 작동하지 않고 금방 분해된다”고 말했다고 <엔피아르>(NPR)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그는 “당신의 음료를 망치는 진보주의자들의 종이 빨대에서 이제 해방될 수 있다”고 했다.
이메일의 제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뜬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Make Straws Great Again)다. 지구환경과 해양생물 피해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분해되는 소재로 만든 빨대 사용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써보니 불편하다는 점을 파고들어 ‘진보 진영에 대한 조롱’과 ‘상품 판매’라는 두 가지 실익을 챙기려는 것이다.
평소 기후변화나 환경보호에 냉소적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도 빨대 이슈에 가세했다. 그는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빨대는 작은 것이지만 (플라스틱) 접시나 포장지 등 같은 재료로 만든 훨씬 큰 것들은 어쩔거냐”며 “집중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다들 빨대에만 초점을 둔다. 빨대 참 흥미롭다”고 비꼬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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