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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4 16:03 수정 : 2019.08.05 15:54

미국 텍사스주의 국경 도시인 엘패소에서 3일 저녁 시민들이 모여 이날 오전 이 지역 월마트에서 벌어진 총기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총기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엘패소/AP 연합뉴스

국경지역 엘패소 월마트에서 최소 20명 사망, 26명 부상
사망자 규모에서 역대 미국 10대 총기 사건 들어
경찰 “증오범죄와 관련 있어”…용의자 범죄 선언문 확보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서 보호하려는 것”
민주당 “총기 폭력 끝내야” 총기 규제 목소리
트럼프 “끔찍한 총격…비극적이고 비겁한 행동”

미국 텍사스주의 국경 도시인 엘패소에서 3일 저녁 시민들이 모여 이날 오전 이 지역 월마트에서 벌어진 총기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총기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엘패소/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국경 도시인 엘패소의 대형 상점에서 토요일인 3일(현지시각) 총기 난사로 최소 2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지역에 밀집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한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총기 규제와 인종 차별 등을 둘러싼 논란 또한 가열되고 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엘패소 동부의 시엘로 비스타 몰 쇼핑단지 근처에 있는 월마트에서 총격 발생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서쪽 끝에 위치한 엘패소는 남쪽으로 멕시코와 접한 대표적 국경 도시다.

경찰 설명과 현장 시민들의 촬영 화면 등을 종합하면, 텍사스주 앨런 출신인 21살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소총을 들고 한 사람씩 겨냥한 듯 연발이 아닌 단발 방식으로 상점 안의 시민들을 공격했다. 시민들은 2~3주 뒤 시작하는 새 학기에 대비해 학용품 등을 구매하는 중이었다. <시엔엔>(CNN)은 한 여성이 상점 내부를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대피하며 촬영한 영상, 총격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한 남성이 가구 밑에 엎드려 있는 모습 등을 보도했다. 용의자인 크루시어스는 경찰이 다가가자 별다른 저항 없이 투항했다. 그가 거주하는 앨런은 엘패소와 약 1000㎞ 거리다.

그레그 앨런 엘패소 경찰서장은 이날 총격으로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며 “말할 것도 없이, 상황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4개월 된 아기부터 82살 노인까지 다양하게 걸쳐있으며, 이들은 근처의 병원 두 곳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중에는 3명의 멕시코 국민도 포함돼 있다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트위터로 밝혔다. 이번 사건은 사망자 규모에서 1945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중 10대 안에 드는 대형 참사다.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주의 ‘길로이 마늘 축제’에서 총기 난사로 용의자를 포함해 4명이 숨진 지 일주일도 안 돼 터진 비보다.

수사 당국은 증오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앨런 서장은 “이 사건은 잠재적인 증오범죄와 관련이 있다”며 용의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 “선언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종 확인까지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미 일부 매체는 크루시어스가 범행 전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음모론이 가득한 온라인게시판에 올렸다며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4쪽짜리 글을 보도했다. 이 글에는 “이 공격은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선동자다”, “나는 단지 내 나라가 (히스패닉의) 침공으로 문화적, 인종적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이 글에는 또 “사실 ‘대전환’을 읽기 전까지는 히스패닉은 내 타깃이 아니었다”는 구절도 있다.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은 유럽인들의 후손이 다른 인종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백인 우월주의 음모론이다. 히스패닉 인구가 증가해 미국을 망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를 막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이 글에 담겨 있다. 이 글에는 범행에 사용할 무기로 AK47 소총이 소개돼 있고, 자신은 현장에서 사살당하거나 체포돼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며 “나의 죽음은 불가피할 것 같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참사에 대해 ‘국내 테러’ 수사를 개시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총기 규제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너무 많은 지역사회의 너무 많은 가족이 매일 총기 폭력의 공포를 견뎌내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참을 만큼 참았다”며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공화당을 비판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만연한 총기 폭력을 끝낼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미 총기협회(NRA)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엘패소가 고향인 민주당 대선 주자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빠져나와 엘패소로 향했다. 그는 “총기를 우리 공동체에 반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태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번 참사의 한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중남미 출신자들을 “범죄자”로 부르고, 지난달에는 자신을 비판하는 민주당의 비백인 여성 하원의원들에게 “미국이 싫으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취지로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사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끔찍한 총격”이라며 “비극적일 뿐 아니라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오늘의 증오에 찬 행동을 규탄하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과 함께한다”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할 어떤 이유나 변명도 없다”고 적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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