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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4 19:32 수정 : 2019.08.04 19:37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각)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전용 비행기 안에서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의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시드니/AFP 연합뉴스

에스퍼 국방, ‘수개월 내에 배치 선호’
괌이 첫 후보지이나 한국·일본도 대상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각)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전용 비행기 안에서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의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시드니/AFP 연합뉴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하루 만에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향을 밝혔다.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에 이어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의 연장에도 회의적 입장이다. 이 두 조약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군비통제 체제가 붕괴냐 새로운 재편이냐는 갈림길로 접어들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3일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일 미국은 중거리핵전력 조약에서의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고려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타임라인’(시간표)과 관련해선 “(배치는) 수개월 내가 좋으나, 이런 일들은 기대보다는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그렇지만 분명히 하겠다. 재래식 무기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핵미사일이 아니라 재래식 미사일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적 군비경쟁은 핵의 맥락이었고 우리는 지금 핵탄두를 탑재한 중거리핵전력 사거리의 무기를 구축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무역분쟁으로 이미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군사 분야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대결국면으로 격화시킬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할 경우, 한국과 일본, 대만, 괌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힐 수밖에 없다.

에스퍼 장관은 아시아의 어떤 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할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동맹국들과의 논의 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은폐가 쉽고, 이동성이 좋은 재래식 미사일들을 괌 등지에 배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우리가 이 문제를 한동안 얘기해왔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보유고의 80% 이상이 중거리핵전력 사거리 시스템이고 우리가 가벼운 능력을 갖추고 싶어하는 것이 그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거리핵전력 조약으로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 동안 중국은 중거리미사일 등을 개발해 배치해왔다고 불평해왔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대항 전력으로 전함이나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등에 의존해왔다. 미국 내에서는 강화되는 중국의 지상발사 미사일 전력을 억제하는 최상의 방안은 미국도 지상발사 미사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이 커져 왔다.

1987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 조약은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 핵 및 재래식 탄도미사일, 크루즈 미사일 배치를 금지하는 조약이다. 1970년대말 미-소 양국은 유럽 전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며 군비경쟁을 벌여, 유럽 국가 내부 등에서 광범위한 반대 시위를 야기했다. 중거리미사일은 비용이 저렴한데다 정확도가 뛰어나, 미-소가 상대나 그 동맹국을 겨냥하는 무기로 선호됐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 미사일 배치로 자신들이 미-소 핵전쟁의 무대가 된다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중거리핵전력 조약이 체결되는 배경이 됐다.

지난 2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약 체결국인 러시아가 에스에스시(SSC)-8 등을 배치해 조약을 위배했다며, 러시아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8월 2일부터 탈퇴하겠다고 공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성명에서 “나토 동맹국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가 이 조약에 물리적인 구멍을 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조약 아래에서 우리의 의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엠케이(MK)-41 발사대를 배치해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오는 2021년 2월에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의 연장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거리 핵전력을 규제하는 뉴스타트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핵군비 통제조약이다. 에스퍼 장관은 뉴스타트에 대해 “여전히 우리의 이해 범위에 있는지 확인하면서 심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에스퍼 장관이 그 연장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된다.

미국 쪽은 중국이 포함되고, 비전략 핵무기도 포함되는 새로운 군비통제 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러시아와 중국이 서명하는 새로운 핵조약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생각을 두 나라에 이미 말했다며, 양국이 “아주, 아주 흥미 있어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거리핵전략 조약 탈퇴 이후 핵무기 경쟁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신의 행정부는 “러시아에게 그들과 우리의 일부 핵전력을 제거하는 핵조약에 대해 말했다”며 “우리는 어떤 시점이 되면 중국도 포함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조약은 “세계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아주 흥분했고 러시아도 그렇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시점에서 그런 조약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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