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대선 유세 인파 규모가 가수 엘튼 존의 기록을 넘었다며 자랑하는 트위트를 16~17일(현지시각) 잇따라 올렸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난스러운 ‘인파 집착’을 또 드러냈다. 자신의 유세에 참여한 인파 규모를 자랑해 강력한 지지 열기를 과시하는 건 그가 즐기는 수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한 실내체육관에서 대선 유세를 한 뒤, 이 행사의 참가자 규모를 자랑하는 트위트(리트위트 포함)를 16~17일 이틀 동안 10여건 올렸다. 그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우리는 2020년(대선) 뉴햄프셔에서 이길 것!”이라고 적었다. 일부 빈 좌석들을 지적한 언론 보도를 겨냥해 “사진을 봐라. 가짜 뉴스”라며 인파 사진들도 올렸다. 이어 “(가수) 엘튼 존의 기록을 깼다”며 <데일리 메일>의 관련 보도를 게시했다. 그 지역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 유세 참여 인원은 1만1500명으로, 2004년 엘튼 존 공연 때(1만1300명)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의 인파 주장은, 그의 지지율 숫자는 낮더라도 인기가 있다는 것을 손에 잡히게 보여준다”고 정치적 효능을 짚었다. 종종 거짓말을 동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파 집착은 2017년 1월 취임식 날부터 시작됐다. 이날 워싱턴 내셔널몰에 몰린 인파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에 훨씬 못 미쳤으나, 백악관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사상 최대’라고 주장했다. 취임식 인파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 당시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언급한 신조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사진사에게 사진 조작까지 지시한 것으로 나중에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텍사스주 휴스턴 유세 때 5만명이 행사장 밖에서 지켜봤다고 주장했으나, 휴스턴 경찰은 3000명이라고 말했다. 직전 9월의 미주리주 행사장 밖 인파를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당국의 추산은 각각 4만5000명과 1천명으로 갈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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