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15주차로 접어든 15일 오후 홍콩섬 중심가 코즈웨이베이 일대가 행진에 나선 시위대로 가득 차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당국의 불허와 주최 단체의 취소 발표에도 15일 오후 도심을 가득 메운 채 15주째 이어졌다. 진압에 나선 경찰의 물대포에 화염병이 날아드는 등 격렬한 충돌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나우뉴스> 등 홍콩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시위는 오후 2시께(현지시각) 홍콩섬 중심가 코즈웨이베이 부근에서 시작됐다. 수백명에서 출발한 시위는 삽시간에 인파가 수천명으로 불어나면서 인근 헤네시로드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애초 홍콩 경찰 당국은 지난 8월31일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려던 이날 집회와 행진을 모두 불허했다. 이에 따라 단체 쪽도 예정된 집회·행진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행진 개시 1시간여 뒤에도 아직 출발하지 못한 시위대가 출발장소인 코즈웨이베이 지하철역 부근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앨런 찬(28)은 <사우스사이나 모닝포스트>에 “행진을 하는 데 정부의 허락 따윈 필요 없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정부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행진에 나선 시위대는 코즈웨이베이-완차이-애드미럴티-센트럴까지 지하철역 4개 구간에 이르는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도심을 관통했다. 수만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5대 요구, 하나도 뺄 수 없다”, “베이징에 저항하라, 홍콩을 해방시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 국기(성조기)를 들고 행진을 벌였으며, 중국 국기(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 쪽에서도 신자 200여명이 이날 오후 코즈웨이베이 성당을 시작으로 캐리 람 행정장관의 교구인 완차이 성당을 포함한 3개 성당을 ‘순례’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센트럴 지역에 도착한 행진 대열이 도심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오후 5시께부터 경찰이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경찰의 최루탄에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으며, 특히 애드미럴티 지역 정부청사 부근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렬했다. 하루종일 사이잉푼 지역에 자리한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중련판) 앞을 지키던 경찰 물대포 살 수 차량이 시위 진압에 긴급 투입됐다가 화염병에 맞아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날 시위대는 캐나다·프랑스·독일·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국기와 함께 한국의 태극기가 새겨진 펼침막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또 “홍콩과 함께해달라”는 구호를 쓴 손팻말을 들고, 중국 건국 70주년을 이틀 앞둔 9월29일로 예고한 ‘반중 집회’에 “국제사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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