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1 07:34
수정 : 2019.09.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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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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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재개 전망 속 거듭 유화적 발언
“북한 엄청난 잠재력…북한과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비건 대표 만난 이도훈 본부장 “민감한 시기라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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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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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로 꼽으며 북한의 잠재력을 거듭 추어올렸다. 북한이 최근 미국과 대화 재개 신호를 내보내는 데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 화답하는 모양새여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아프가니스탄 반군 조직인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협상 결렬에 대해 묻자 “나는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진짜로 믿는다”며 상황을 설명한 뒤, 북한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적어도 3년 동안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나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고, 그는 그걸 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지난 50년 동안 (북한에 대해) 놀기만 하면서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우리는 관계를 갖고 있다. (그 전에는) 그들과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다. 나는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뒤 “그러나 그 사이 오랫동안 그는 어던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슈퍼 매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볼턴 전 보좌관이 주장했던 ‘리비아 모델’을 비난하면서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 모른다”고 하는 등 북한에 유화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북쪽에서 계속 신호가 오고 있다. 지난 10일 비건 대표와 제가 전화 통화로 협의를 했는데 그 뒤 열흘 정도 지났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그와 관련해서 우리가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깊이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비건 대표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민감한 시기여서 얘기하기가 곤란한 것 같다. 지금 민감하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북한 쪽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전날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을 환영하면서 실무협상에 기대감을 표명한 데 대한 질문에도 “그것은 얘기 안 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본부장은 21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뉴욕에서도 비건 대표와 만나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에서 북-미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은 뭐 아직 연락이 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가 전날 담화에서 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 접근’ 입장을 재확인한 데 대한 언론 질의에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 그러한 논의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9월 하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환영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인 매슈 포틴저가 국가안보 부보조관으로 승진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오브라이언을 볼턴 후임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한 데 따른 후속 인사로 보인다. 포틴저는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북한 문제에 깊이 관여해와, 대북 문제 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보완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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