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5 01:07
수정 : 2019.09.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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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웹티브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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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손대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
지난해 “김정은에 감사”에 비해 절제된 언급
‘3차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 합의 중요’ 인식 반영한 듯
중국·이란·베네수엘라 비판에 연설 대부분 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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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웹티브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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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과 이란, 베네수엘라 비판에 주력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자극을 피한 채 아주 짤막히 비핵화를 촉구하고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결코 영원한 적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전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용감한 자만이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미국은 안다”며 북한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똑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담한 외교를 추구해왔다”며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손 대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가 진정으로 믿는 바”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장래성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표는 끝나지 않을 전쟁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화합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더 밝은 미래의 희망을 추구하고 있다”며 화제를 돌렸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북-미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 견줘 매우 원론적이고 짧았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앞부분에 북한과의 대화를 길게 설명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된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실무협상을 통해 만족할 만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긴장이 최고 수위로 오르던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 때는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고, “완전한 파괴”를 언급했으나,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석달 뒤 유엔총회에서는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74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외정책 분야에서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등 비판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연설 앞부분에서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미국인들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염원한다. 나는 미국인들에게 나쁜 합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들이 오늘날 마주한 가장 큰 안보위협 중 하나는 폭압 정권이고, 이란 정권의 죽음과 파괴의 기록은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고 이란을 비난했다. 그는 “이란은 테러리즘의 최고 후원국일 뿐 아니라 이란 지도자들은 시리아와 예멘에서의 비극적 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어떠한 책임있는 정부도 이란의 살인충동(bloodlust)을 도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독재자 마두로는 쿠바 보디가드의 보호를 받는 ‘쿠바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고,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가 회복될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을 비난할 때 유엔총회장에 참석한 베네수엘라 대표는 연설을 듣지 않고 책을 읽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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