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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07:14 수정 : 2019.09.26 07: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의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백악관, 트럼프-젤렌스키 7월 통화 녹취록 공개
트럼프 “바이든 아들 두고 얘기 많아…
줄리아니·법무장관과 통화해서 협력해달라”
민주당 “외국정상 강탈로 읽혀” 압박 강화
트럼프 “대가 주고받기도, 압력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의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25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이에 민주당은 ‘압력 행사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총공세를 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가 주고받기는 없었다’며 반박하면서 탄핵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백악관은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한 이튿날인 이날, 7월25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30분간 전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 녹취록은 ‘말한 그대로’ 적은 게 아니라, 당시 통화 현장에 있던 백악관 상황실과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의 기록과 기억을 종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4 용지 5장 분량인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의 아들(헌터)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다. 바이든이 기소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이 법무부 장관(윌리엄 바)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은 자신이 기소를 중단시켰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그래서 당신이 그걸 조사할 수 있다면…. 나한테는 끔찍한 얘기로 들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를 요청한 사안은,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초 자기 아들 헌트가 소속된 에너지 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를 수사하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협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이 9월 취임하면 그가 이 상황을 조사할 것이다. 특히 당신이 이 문제에서 언급한 그 회사를 조사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추가 정보를 줄 수 잇다면 조사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더러 당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 또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당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며 “우리는 진상을 규명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그걸 알아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협력하라고 8차례 했다.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서버를 조사해줄 것도 요청했다. 그는 “당신이 우리 부탁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그 서버를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다고 한다. 나는 법무장관이 당신이나 당신 사람들에게 전화하게 하고 싶고, 당신이 그 진상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 통화 전날 이뤄진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 관련 의회 증언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스캔들의) 많은 부분이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지난 대선 공모 의혹이 최초 제기된 경위를 민주당 전국위의 서버를 조사해서 밝혀달라는 요청으로 보인다.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말로 시작됐으며, 두 정상은 서로의 협력을 강조했다. 통화 초반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에 비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매우 매우 잘 해줘왔다”며 “그게 꼭 상호적인 것이라고 말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100%가 아니라 1000%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면서 “우리는 방어 목적으로 미국에서 더 많은 재블린(대전차 미사일)을 구매할 준비가 거의 돼있다”고 말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초청에 감사를 표하면서 “나는 이 조사에 매우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와 바 장관더러 전화하라고 하겠다”며 “백악관에 오고싶으면 편하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이 녹취록 공개 뒤 민주당 소속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미국의 지원이 간절했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외국 지도자에 대한 전통적인 떼강도 강탈로 읽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압력도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대가를 요구한 것은 바이든”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요청했지만, 군사원조 지원과 같은 대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대가 없었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번 사안을 방어하는 핵심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관련한 의혹을 거듭 거론하면서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부정부패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는 “전화 통화상 어떤 대가도, 법 위반도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펠로시 의장은 어떤 근거도 없는 탄핵 절차를 시작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에게 “누구도 나에게 압력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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