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새해특집
“단단히 준비하라. 세계는 위험에 둘러싸일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세계를 전망하면서 이렇게 충고했다.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이라크의 내란, 유럽연합의 좌초, 고유가 행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 ‘상상할 수 있는 위험’들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드러날 수 있는 희망’의 징후들도 있다.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는 “인류는 발전을 향한 진정한 역사적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아프리카의 빈곤 감소, 인도의 부상 등이 그 문턱의 높이를 잴 것이다.
유럽=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지난해 유럽연합 헌법 초안을 거부한 이후 유럽연합에 만연한 불안감은 계속된다.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에 지친 일부 유럽연합 국가들은 2008년까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받아들이기로 한 약속이 지나치게 성급했다고 믿고 있다.
영국에선 토니 블레어 총리의 시간이 끝나간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에 대한 여론의 반발,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만 등에 발목을 잡혔다.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이 시험대에 선다. 독일의 공공부문 적자를 2007년까지 국내총생산의 3%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프랑스에선 2007년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격변이 예상된다. 지난해 프랑스의 인종 갈등이 극우파의 득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숙제다.
아프리카=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지난해 7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4개국의 부채를 100% 탕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행 여부는 보장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지역 경제는 3년째 4∼5%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제는 유럽연합의 농업보조금을 철폐하고, 자유무역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코트디부아르와 짐바브웨에선 정치적 반목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모리타니아의 쿠데타를 보면 무력에 의한 정권 탈취 가능성이 상존한다. 우간다와 잠비아, 차드, 코모로스, 콩고에서 예정된 선거 또한 폭력사태를 부를 수 있다.
중동=미국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민주주의가 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투표함으로부터 지배자들을 지켜주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경제는 석유값 폭등으로 전례없는 호황을 누린다. 국제금융연구소는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올해 석유 수출로 얻는 수입이 30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팔레스타인은 1월 새로운 의회를 선출한다.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참여해 다수당인 파타와 결전을 치른다. 이스라엘은 11월까지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철수에 반대하는 정파들은 판세를 뒤집기를 원한다. 이라크의 고난은 끝나지 않는다. 대다수 수니파들은 새 헌법에 반대하고 있다. 무장세력들은 대중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에 휩싸인다.
아시아=인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국제적 위상을 누린다. 많은 나라들이 인도의 ‘특별한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도전 또한 만만찮다. 인도는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하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0.8%에 불과하다. 내부적으론 연립정권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지도자를 교체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타이,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선 정치적 긴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선 허약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한 정책이 시위대를 거리로 불러낼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15년째 성장을 구가했던 경제가 주춤하면서 존 하워드 총리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한다.
중남미=브라질과 멕시코를 비롯해 콜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 등이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낮은 금리, 선거비용 지출 등에 힘입어 경제는 4%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자당은 지난해 비리 스캔들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사회민주당이 대권을 탈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21세기 사회주의’ 기수를 자처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 혁명의 지도자인 다니엘 오르테가가 권좌에 복귀할 경우 또하나의 동맹을 얻게 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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