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9:07
수정 : 2020.01.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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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경제 연구단체인 대만원경기금회의 라이이중 집행장. 대만원경기금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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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 전문가 인터뷰]
민진당 국제통 라이이충 대만원경기금회 집행장
1996년 첫 총통 직선 때부터 시작된 ‘중국 요인’
2004년 중 WTO 가입으로 안보-경제문제화
국민당, ‘양안관계 안정-경제적 기회’ 주장 여전
미-중 무역전쟁…“중 더이상 ‘기회의 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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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경제 연구단체인 대만원경기금회의 라이이중 집행장. 대만원경기금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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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고립과 군사적 압박 시도는 계속되겠지만, 물리력을 동원한 강력한 위협은 없을 것으로 본다.”
국제정치·경제 연구단체인 대만원경기금회의 라이이중 집행장은 12일 오후 대만민주기금회가 대만대학 부속병원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차이잉원 총통 재선 이후에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민진당 국제사무부와 중국사무부, 주미대표처 주임 등을 거친 라이 집행장은 민진당 진영을 대표하는 양안관계 및 외교 전문가로 꼽힌다.
라이 집행장은 “차이 총통은 당선 축하연설에서 (중국 쪽이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92 공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정면 출돌은 피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 입장은 명확히 했다. 국민적 반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 총통이 중국의 위협에 맞선 ’민주적 방어기제’를 언급한 것은 향후 중국의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입법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특히 라이 집행장은 차이 총통이 양안 간 대화의 전제로 제시한 △평화 △공평 △민주주의 △대화 등 4대 원칙 가운데 ’민주주의’에 주목했다. 그는 “차이 총통은 이를 ‘대만의 운명을 2300만 대만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으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그는 “선거 결과에 따라 중국의 대만 정책 기조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이 바뀌면 중국 지도부의 앞선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라이 집행장은 “민진당의 정당투표는 지난 2016년에 견줘 90만표 가량이 줄어든 반면 국민당은 150만표 뛰었다. 총통 후보 득표수도 320만표에서 550만표로 늘었다. 중국 지도부로선 ’기존 정책이 옳다’고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라이 집행장은 지난 9일 <한겨레>와 만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2004년을 기점으로 사양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중국=경제적 기회’란 등식이 만들어졌다”며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양안관계 안정-경제적 기회 확대-삶의 질 개선’이란 기존 주장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인거비와 환경 문제 등 대륙 진출의 장점이 갈수록 줄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중국 진출 대만 기업들이 철수를 하거나 일부 생산시설을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라이 집행장은 “세계적 차원의 ‘공급 사슬’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중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인식이 기업인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국민당만 이런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타이베이/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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