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13일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에 국가기밀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상원에서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은 물론, 오는 11월 대선까지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볼턴의 ‘폭탄 발언’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 23일 볼턴의 변호인인 찰스 쿠퍼 변호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방법 및 당신의 의뢰인이 서명한 기밀유지 협약에 따르면 이 원고는 기밀정보에 대한 삭제 없이는 출판 또는 공개가 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일차 검토’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일부 내용은 “일급비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쪽은 백악관의 통보 이튿날인 24일 회신 서한을 통해 “그 정보의 어떤 것도 합당하게 비밀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볼턴은 백악관 근무 시절 이야기를 담은 책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3월 출간할 예정이며, 그에 앞서 전·현직 정부 관리들이 책을 쓸 때 거쳐야 하는 검토 과정을 위해 원고를 지난달 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전달했다. 볼턴의 원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도울 때까지 3억9100만 달러의 군사원조를 동결하기를 원한다’고 직접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 26일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민주당은 볼턴을 상원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불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공화당은 이를 막기 위한 당내 표 단속에 나서는 등 볼턴의 입이 탄핵심판의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볼턴의 이름을 적지는 않은 채 “나가자마자 형편없고 거짓인 책을 썼다. 전부 국가기밀이다. 누가 이런 짓을 하나?”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이들이 ‘하지 마세요’라는데도 나는 그에게 자리(국가 안보보좌관)를 줬고, 그는 ‘리비아 모델’을 텔레비전에서 언급하고 더 많은 판단 착오를 했다”며 “내가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6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라서 (지난해 9월) 그를 해고했다”고 비난했다. 볼턴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말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방송 등에서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거론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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