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 있는 미국셀룰러센터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세 행사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찬조연설을 할 때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시더래피즈(아이오와)/황준범 특파원
“월요일(3일) 밤에 사람들은 버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11월3일(대선)은 트럼프에게 가장 끔찍한 날이 될 것이다.”
1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의 미국셀룰러센터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유세장에서 만난 40대 존 델리는 “버니는 보통 사람, 돈 없는 이들을 위한 후보다. 지금 민주당의 기반이 되는 정책들은 버니가 4년 전(2016년 대선)에 했던 얘기들”이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메운 약 2000명의 유권자는 샌더스가 전국민 의료보험, 공립대 학자금 무료 등 주요 공약을 말할 때 ‘샌더스’가 새겨진 손팻말을 일제히 들어 올리며 열광했다.
미 대선으로 가는 첫 관문인 후보 경선, 그중에서도 첫 테이프를 끊는 2월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이틀 앞두고 아이오와가 후끈 달아올랐다. 민주당의 주요 주자들은 코커스 전 마지막 주말, 아이오와에 상주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때문에 지난주 내내 워싱턴의 연방의회에 발이 묶여 있던 상원의원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에겐 더욱 소중한 주말이다. 민주당 주자들은 이날 아이오와 주도인 디모인에서 차로 2시간 떨어진 시더래피즈를 비롯해 아이오와시티, 워털루 등 인근 지역에서 많게는 5개씩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아이오와에 할당된 민주당 경선 대의원은 전체의 1% 미만(41명)이고, 경선은 50개 주를 돌며 6월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주자들이 이곳에 온힘을 쏟는 이유는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의 상징성과 영향력 때문이다. 이곳의 결과가 민심을 가늠할 첫 시험대이고, 실제로 역대 대선에서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가 당 대선후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의 경우 2016년을 포함해 최근 6번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같은 일이 내리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러한 경험칙이 무의미하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초반 판세가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아이오와에서는 지난 연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티지지와 워런의 상승세가 꺾이고 샌더스가 탄력을 얻고 있다. 정치정보업체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1월20~27일 여론조사들을 종합한 결과를 보면, 샌더스가 23.8%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조 바이든 전 부통령(20.2%), 부티지지(15.8%), 워런(14.6%)이 추격하고 있다.
아이오와에 이어 11일 경선(프라이머리·예비선거)이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는 샌더스의 강세가 더 두드러진다. 같은 기관이 계산한 1월15~26일 평균치에서 샌더스 26.3%, 바이든 16.8%, 부티지지 14.8%, 워런 13.5%다. 하지만 이어지는 네바다주(22일·코커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29일·프라이머리), 그리고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앞선다. ‘바이든 대세론’과 ‘샌더스 돌풍’이 겨루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14개 주에서 일제히 경선이 치러지는 3월3일 ‘슈퍼 화요일’까지 가봐야 판세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바이든이 이날 <시엔엔>(CNN)에 “아이오와는 예전만큼 중대한 지역이 아니다”라며 아이오와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학생 15명, 교수 5명과 함께 아이오와 코커스 견학을 온 애팔래치안주립대 윌리엄 힉스 교수(정치학)는 <한겨레>에 “현재 민주당은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등) 여러 후보가 초반 각축을 벌이던 2016년의 공화당 모습과 비슷하다”며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디모인·시더래피즈(아이오와)/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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