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하이엇중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모인/황준범 특파원
오는 11월3일 미국 대선으로 가는 본격적인 출발점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3일(현지시각. 한국시각 4일 오전) 열린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사실상 후보가 확정된 터라, 관심은 ‘누가 트럼프에 맞설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냐’로 모아진다. 코커스 전날인 2일 민주당 주자들은 아이오와주 주도인 디모인과 인근 지역을 돌며 ‘내가 트럼프를 꺾고 미국을 단합시킬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아이오와주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3위 경쟁을 하는 모습이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달리지만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11일 프라이머리 예정)에서 샌더스한테 밀리고 있는 바이든은 ‘국정 경험’과 ‘당선 가능성’을 강조하며 막판 표심 잡기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더뷰크에서 한 연설에서 “내가 출마한 이유는 내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은 ‘우리는 코커스에서 조 바이든을 찍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모인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바이든 유세 현장에서 만난 팀 그로버(53)는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국정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전세계 지도자들을 알고, 공화당 사람들과도 잘 알아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찬조연설에 나선 세드릭 리치먼드 하원의원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경합 주에서 트럼프를 이기는 걸로 나오는 사람은 바이든뿐”이라고 외쳤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코커스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음식점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모인/EPA 연합뉴스
2016년 대선 도전 때처럼 일관되게 진보개혁 노선을 주창해온 샌더스는 최근 지지율 선두에 자신감을 얻은 듯, 이날 공개한 새 광고영상에서도 그 색깔을 거침없이 밀고 갔다. 이 광고에서 그는 “트럼프, 민주당 내의 기득권, 월스트리트, 보험사, 제약회사, 화석연료 업계가 우리 때문에 불안해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최악의 악몽이다”라고 외친다.
샌더스는 이날 아이오와시티 유세에서는 아내 제인을 소개하면서 “당신들 중 일부는 내가 별로이고 훌륭한 대통령이 못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인이 훌륭한 퍼스트레이디가 될 거라는 점은 이해해달라”고 말해 “제인!” 연호를 유발하기도 했다. 샌더스 유세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딜런 힐리어는 “샌더스는 진정으로 정직한 사람”이라며 “샌더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은 내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양강인 바이든과 샌더스의 유세장 분위기는 중도와 진보로 나뉘는 두 사람의 성향만큼이나 차이가 있었다. 샌더스가 전날 시더래피즈에서 인기 록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와 함께 한 콘서트 형식의 유세에는 20~30대를 주축으로 해 3천여명이 참석해, 그가 아이오와에서 한 행사 중 최다 인파가 몰렸다. 반면 이날 디모인의 하이엇중학교에서 열린 바이든 유세에 참석한 1천여명 가운데는 고령층이 다수 눈에 들어왔고, 분위기는 열띠면서도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바이든이 잦은 ‘말실수’를 줄이려는 듯 원고에 의존해 연설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을 지지한다면서도 “아직 최종 결심을 하진 않았다”고 여지를 둔 유권자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링컨고등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모인/황준범 특파원
지난 연말 아이오와주에서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기도 한 부티지지는 막판 재점화를 시도했다. 이날 오후 디모인의 링컨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유세에는 2천여명이 모여들어 열기를 뿜었다. 부티지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부패, 잔인함, 분열, 그리고 (트럼프) 트위터에 ‘노’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습니까?”라고 묻자 관중들은 “예스!”라며 환호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여성 유권자 케이츠 라이큰은 “부티지지는 젊고(38살) 똑똑하고, 합리적이며, 참전용사(아프가니스탄 전쟁)이기도 하다”고 지지 이유를 꼽았다. 아이오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부티지지에 대해 “중앙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내놨으나, 라이큰은 “작지만 시장을 해봤기 때문에 경험이 모자란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코커스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의 심슨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인디애놀라/황준범 특파원
샌더스와 함께 진보 주자로 꼽히는 워런은 이날 인디애놀라의 심슨대학과 에임스의 아이오와주립대를 잇따라 방문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워런은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타다가 전국민 의료보험 공약의 재원 마련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기세가 꺾였다. 그는 이날 심슨대학에서 재원 대책과 관련해 “5천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이들에게 2% 부유세를 매길 때가 됐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함께 워런 유세장을 찾은 20대 퀸 티핑은 기자에게 “워런은 보편적 보육 등 진보적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샌더스처럼 너무 급진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접근법을 갖고 있다”며 “여성이 백악관 주인이 되는 걸 보고 싶은 점도 내가 워런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3위 안에는 들어야 6월까지 이어지는 경선을 위한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위권 주자들 지지층이 유력 주자들 쪽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오와에서 누가 3위를 차지할 것인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디모인·인디애놀라(아이오와주)/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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