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무죄’ 판단이 내려진 5일,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5일 상원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주도로 시작된 탄핵이 4개월여 만에 ‘트럼프 무죄’로 최종 마무리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주장하며 홀가분하게 11월 재선에 집중할 환경을 얻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선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등 두가지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그 결과 권력남용 혐의는 52 대 48로, 의회방해 혐의는 53 대 47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공화당 53명, 민주당 47명이라는 상원 의석 분포가 그대로 반영된 채 25분 만에 표결이 끝났다. 공화당 내 강력한 트럼프 비판자인 밋 롬니 의원만 당 방침과 달리 권력남용 혐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해 9월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개시를 공식 발표한 지 134일 만에 탄핵 절차가 종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4억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카드 삼아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한 의혹을 받았다. 탄핵안은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하원에서 지난해 12월18일 통과됐으나,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부결될 것이 확실시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안이 부결되자 이를 민주당 때리기와 재선 선거운동에 활용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에 상원의 무죄 결정을 “탄핵 사기에 대한 우리 나라의 승리”라고 규정하고, “6일 정오에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4년마다 계속 출마해 결국 ‘영원히’(4EVA) 출마하는 의미를 담은 패러디 영상을 메인 트위트로 올려놓기도 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어 “민주당에 의해 이뤄진 엉터리 탄핵 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입증과 무죄로 끝났다”며 “민주당의 시도는 2016년 선거 결과를 뒤집고 2020년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상원 의석의 한계 앞에 주저앉은 민주당은 탄핵 심판이 공화당의 반대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증인 없이 이뤄진 점을 부각했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안이 부결된 뒤 “재판 없이 무죄 선고가 있을 수 없고, 증인·문서·증거 없이 재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은 공정한 재판 과정의 핵심 요소를 거부하고 증거를 억누름으로써 대통령의 은폐에 공범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볼턴 전 보좌관을 하원에 불러낼 뜻을 밝혔다.
4개월여의 탄핵 정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무한대결과 갈라진 미국 사회를 뚜렷하게 드러내 보였다. 두 당 의원들은 극소수 이탈자를 빼고는 철저하게 당의 방침대로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은 약 50%로 유지돼왔는데, 당적으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약 85%가 찬성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찬성 의견이 10% 미만이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과정을 거치며 당 장악력이 더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는 49%로, 이 기관 조사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앤드루 존슨(1868년), 빌 클린턴(1998년)에 이어 미 역사상 하원에서 탄핵소추 당한 세번째 대통령이라는 점은 지워지지 않을 불명예로 남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