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6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6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결과 집계와 관련해 아이오와 민주당(IDP)에 재확인을 요구했다. 오류가 추가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데 따른 조처로, ‘아이오와 카오스(혼돈)’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재확인이 이뤄질 경우, 지난 3일 실시된 뒤 이미 사흘을 넘긴 아이오와 코커스의 최종 결과 발표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오류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며 “나는 대의원 선정 계획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과 그 결과에 대한 대중의 확신을 보장하기 위해 아이오와 민주당에 즉시 재확인(recanvass)을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페레즈 위원장은 “재확인(recanvass)은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각 코커스 현장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코커스에 참여한 당원들의 18만 장에 이르는 기표용지를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다시 세는 ‘재검표’(recount)와 달리, ‘재확인’은 아이오와주 1700여 기초선거구에서 작성한 보고서들의 숫자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페레즈 위원장의 재확인 요구는, 아이오와 코커스 수작업 집계 숫자에서도 100곳 이상의 선거구로부터 불일치가 발견되고 있다는 미 언론의 이날 보도에 이어 나왔다. 미 매체들은 아이오와의 여러 카운티들에서 각각 할당된 대의원 숫자보다 더 많은 숫자가 보고되거나, 당원들의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 숫자가 더 많게 나오는 등 코커스 규칙상 있을 수 없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오류들을 각 후보가 문제 삼으며 재검표를 요청해 당 분란이 커지는 모습을 차단하고자 페레즈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재확인을 요구했다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아이오와 민주당은 전국위원회의 요구를 즉시 수용하지는 않은 채, 후보 쪽의 요청이 있으면 재확인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오와 민주당의 트로이 프라이스 위원장은 “아이오와 대의원 선정 계획에 부합하는 어느 후보가 재확인을 요구하면 아이오와 민주당은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과정에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아이오와 민주당 사이에 신경전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6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메리맥에서 연설하고 있다. 메리맥/AFP 연합뉴스
아이오와 코커스는 개표가 진행될수록 초박빙 승부로 나타나고 있어, 개표에 관한 각 주자들이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다. 아이오와 민주당이 97% 개표율 기준으로 공개한 결과, 대의원 확보 비율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26.2%,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6.1%로 0.1%포인트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2%,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8%, 에이미클로버샤 상원의원이 12.2%다.
개표 혼란 속에 저마다 승리를 선언하는 풍경이 지속되고 있다. 샌더스는 이날 자신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일반 득표 수에서는 1위인 점을 언급하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이날 그는 오는 11일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 “사흘이나 지나긴 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아이오와 사람들이 우리에게 안겨준 매우 강력한 승리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부티지지는 코커스 당일인 지난 3일 밤 “우리는 승리를 안고 뉴햄프셔로 간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아이오와에서 파란을 일으킨 부티지지의 상승세가 뉴햄프셔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까지 뉴햄프셔주 대상 여론조사들에서 부티지지는 샌더스, 바이든, 워런보다 낮은 지지도를 보였으나, 먼머스대학이 지난 3~5일 실시한 조사는 샌더스 24%, 부티지지 20%, 바이든 17%, 워런 13% 순서로 나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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