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나 이탈리아 등에서 미국으로 오가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때라면 하겠지만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각) 코로나19와 관련해 자국민들에게 “한국으로 여행하는 것을 재고하라”며 여행권고를 3단계로 끌어올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 조처에 대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이날 누리집을 통해 한국을 여행권고 3단계인 ‘여행 재고’ 대상국으로 격상해 발표했다. 지난 22일 한국을 3단계인 ‘강화된 주의 실시’ 대상국으로 올린 지 나흘 만에 또 올린 것이다.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올린 점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공지를 3단계인 ‘경고’로 격상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을 피할 것을 권고한 점을 함께 설명했다. 국무부의 여행권고는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 △강화된 주의 실시 △여행 재고 △여행 금지 등 모두 4개 단계로 이뤄져 있다.
미 항공사들의 한국행 비행편 축소도 잇따르고 있다. 델타항공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운항하는 여객기 편수를 기존 1주일에 28편에서 15편으로 줄이기로 했다. 하이와안항공은 인천~호놀룰루 비행편을 다음달 2일부터 4월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수위를 며칠 사이에 끌어올림에 따라, 미국이 한국으로의 여행 금지나 미국으로의 입국 제한 등 추가 조처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을 오가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적절한 때에 그것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그들 나라에서 노력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기에 지금까지 그것은 매우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방침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미 국무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최고 수위인 ‘여행 금지’를 적용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이 조처를 취할 여지는 남아있다. 미국은 또 지난 2일부터 ‘2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도 이같은 조처를 취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미 정부는 한국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해 추가 조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입국 제한 조처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미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간담회에서 “미국의 여러 조처는 한-미 관계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계를 볼 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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