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AFP 연합뉴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14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진 전날 ‘슈퍼화요일’에 기대 이하의 부진한 성적이 나오자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성명을 내어 “석달 전 나는 도널드 트럼프를 꺾기 위해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오늘 나는 똑같은 이유로 레이스를 관둔다. 트럼프를 꺾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계속 남아있는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이름의 미디어그룹을 소유한 억만장자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아이오와 등 초기 경선지 4곳을 건너 뛴 채 5억 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쏟으며 슈퍼화요일을 집중 공략해왔다. 하지만 이날 큰 의미가 없는 미국령 사모에서만 1위를 했을 뿐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3위 이하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성명에서 “나는 늘 트럼프를 꺾는 것은 그걸 해낼 최선을 갖춘 후보 아래 단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어왔다. 어제의 투표 이후, 그런 후보는 내 친구이자 훌륭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진보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11월 본선에서 필패 카드라고 밝혀왔다.
블룸버그는 보유 재산 534억달러(약 63조원)로,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미국 8위 부자로 집계됐다. 그의 막강한 자금력과 선거 조직은 슈퍼화요일에 화려한 부활을 이뤄낸 바이든에게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블룸버그의 지지 선언을 즉시 반겼다. 바이든은 이날 트위터에 “당신의 지지, 그리고 총기 개혁부터 기후변화까지 모든 것에 걸친 지침 없는 노력에 더없이 감사한다”며 “이 레이스는 후보들보다 크고 정치보다 크다. 그건 트럼프를 꺾는 것에 관한 것이고, 당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걸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이 블룸버그의 금전적 지원 제공을 받아들일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키 작은 블룸버그를 ‘미니 마이크’라고 조롱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악담을 얹었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오래 전에 블룸버그에게 10억 달러라는 진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며 “이제 그는 체면을 살리기를 기대하면서 ‘졸린 조’(Sleepy Joe) 선거운동에 돈을 퍼부을 것이다. 그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블룸버그의 중도 하차로 이제 민주당 경선에 남은 주자는 샌더스,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등 4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샌더스와 비슷한 진보 노선의 워런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워런은 전날 출신지인 매세추세츠주에서도 3위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워런 캠프의 로저 라우 선대본부장은 4일 아침 캠프의 모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워런이 앞으로의 길에 대해 우리 팀에게 말할 것이라는 점을 곧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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