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울적한 모습을 한 채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래 최악의 폭락세를 보이며 곤두박질쳤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에 유럽으로부터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하면서 체코가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를 발표하는 등 각국의 출입국 제한이 늘고 있다. 또 각국에서 휴교령이 확산되고, 각종 행사와 집회도 취소하면서 ‘공포 확산’도 커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3일 현재 세계 121개국에 걸쳐 13만4300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5043명으로 5천명이 넘었다고 보도했다.
체코는 13일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외국에 머물던 자국 시민도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오는 15일 자정부터 영주권이나 90일 이상의 체류허가를 가진 이들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체코는 또 중국 등 15개 나라에 대한 자국 시민의 여행을 금지하고, 이들 15개 나라에서 귀국하는 시민들은 14일간 격리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미국에서는 12일(현지시각) 수십개 주에서 초·중·고·대학 휴교령이 내려지고 정치·문화·스포츠 관련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시엔엔>(CNN)은 “미국이 멈춰 섰다”고 표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가 집계한 이날 미국 확진자는 1663명(사망 41명)이다. 하루 만에 350여명이 늘었다. 감염 환자가 나온 주는 47곳에 이른다. 수도인 워싱턴과 인접한 메릴랜드주와 오하이오주, 켄터키주는 주 전역에 걸쳐 휴교령을 내렸고, 뉴욕·버지니아·조지아 등 여러 곳에서 지역별로 휴교에 들어갔다. 하버드·스탠퍼드·프린스턴·유시버클리 등 대학들도 이미 온라인 강의로 바꿨다. 스포츠·문화 행사도 ‘셧다운’이 잇따랐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는 시즌 중단을 선언했다. 프로야구(MLB)도 오는 27일로 예정된 정규리그 개막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했다.
디즈니월드(플로리다주)와 디즈니랜드(캘리포니아주)도 이달 말까지 폐장하기로 했다. 뉴욕 브로드웨이는 다음달 12일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했다. 뉴욕과 워싱턴의 모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도 14일부터 문을 닫는다. 애플·구글·아마존 등 정보기술 대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미 연방정부 관련 기관들도 재택근무나 탄력근무를 준비하고 있다.
백악관과 의회 의사당, 대법원은 4월1일까지 일반인 투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오리건주가 이날부터 4주간 주 전역에서 250명 이상 규모의 집회를 제한하는 등 동부 뉴욕에서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주요 주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를 금지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벨기에·아일랜드·덴마크·노르웨이·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가 각급 학교 폐쇄에 동참했다. 벨기에는 식당, 카페, 나이트클럽 영업도 금지했고, 슬로바키아는 국제공항 및 국내 주요 교통시설을 폐쇄했다. 이탈리아 확진자는 1만5113명(사망 1016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 식품점, 약국, 야외시장 등은 영업을 허용했다.
주요국 지도자들도 감염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부인 소피 그레구아르가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자체 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예방적 조처로 자체 격리에 들어갔다. 브라질 대통령실 공보국장 파비우 바인가르텡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며칠 전에 마러라고 골프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를 받거나 자체 격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도 확진자가 3146명(사망 86명)으로 불어나면서 초비상이다. 독일·프랑스도 확진자 2천명을 넘어섰고, 이란도 1만명(사망 400명 이상)을 넘어섰다.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첫 확진자가 보고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