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마스크를 쓴 남성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스리 페탈링 이슬람 사원 앞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의 주 무대가 유럽과 미국으로 옮겨간 가운데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 각국도 방역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선 집단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단기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6일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가 향후 열흘간 모든 이슬람 사원의 문을 닫고, 이 기간에 금요성일 예배를 포함한 모든 종교활동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15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90명이나 나오면서, 전체 확진자가 428명까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 2월27일~3월1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대규모 이슬람 종교행사 참석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시 행사엔 1만6천여명이 참석했는데, 현지 방역당국이 15일까지 신원을 확인한 것은 5천여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만 1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인근 싱가포르에선 전국민을 대상으로 ‘30일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전날 확진자 14명 가운데 인도네시아·태국·독일·스페인 등을 방문했던 ‘해외 감염자’ 9명이 포함된 데 따른 조처다. 싱가포르는 이날부터 지난 2주 안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9개 회원국과 일본, 스위스, 영국 등지를 방문한 이들은 싱가포르 입국 이후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했다.
인근 브루나이에서도 이날부터 외국인을 포함해 자국 내 거주하는 모든 인구에 대한 출국 금지령을 내렸다고 <더스쿠프>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출국 금지 기간은 명시되지 않았으며, 긴급한 이유로 출국이 필요한 사람은 총리실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구가 44만여명에 불과한 브루나이에선 지난 9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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