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예고한 ’14일간 국가 봉쇄’를 하루 앞둔 17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슈퍼마켓 매대가 생필품 사재기로 텅 비어 있다. 신화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국가 봉쇄령’을 내렸다. 봉쇄 기간은 바이러스 잠복 기간인 14일이다. 지난달 말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종교행사 참석했던 인근 국가 국민들 가운데서도 확진 판정이 줄을 이으면서, 이 행사가 말레이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 일대로 코로나19가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더스타>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밤 대국민 담화문을 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백명에서 삽시간에 수천명까지 늘어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그같은 상황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며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기다려선 안되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야신 총리는 이어 “전염병 예방통제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거쳐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전국에 걸쳐 봉쇄령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봉쇄령에 따라 전기·수도·가스·소방·안전 등 필수 공익업무를 제외한 모든 관공서와 민간기업이 업무를 중단한다. 종교활동은 물론 스포츠·사회·문화행사도 전면 중단된다. 결혼식과 장례식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사적인 행사도 금지된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슈퍼와 편의점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도 영업을 중단한다.
말레이시아 국민의 외국 여행도 제한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입국도 2주간 금지되며, 말레이시아 국민의 귀국은 허용되지만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베르나마통신>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태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도 2주간 입출경이 금지된다”고 전했다. 또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도 이 기간 동안 문을 닫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16일에만 확진자가 125명이 나오면서 누적 확진자가 553명까지 치솟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아진 탓이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스리페탈링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열린 선교행사 참석자를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시 행사에는 1만6천여명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도 1500여명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7일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전날 정오까지 선교행사 참석자 8786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3439명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16일 신규 확진자 125명 가운데 95명이 선교행사 참석자”라며 “지금까지 선교행사 참석자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모두 338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스리페탈링 선교행사에 참석했던 동남아 각국인들의 확진 판정도 이어지고 있다. <크메르타임스>는 17일 캄보디아 보건부의 발표 내용을 따 “16일 수도 프놈펜을 포함한 6개 지역에서 모두 12명이 코로나19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11명이 스리페탈링 모스크 선교행사에 참석자”라고 전했다. 이로써 캄보디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4명으로 늘었다.
앞서 지난 9일 스리페탈링 선교행사 참석 뒤 귀국한 53살 남성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던 브루나이에선 불과 1주일 만에 누적 확진자가 54명까지 늘었다. 현지매체 <더스쿠프>는 “16일 신규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이 스리페탈링 선교행사 참석자”라며 “이 가운데는 생후 9개월된 영아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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