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구성원들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일(현지시각) 자국민들에게 전세계에 대한 ‘여행 금지’를 권고했다. 국외 체류 중인 미국인들도 귀국할 것을 권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하고 전세계 확진자가 24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함에 따라 문을 계속 걸어 잠그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여행권고를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올린 데 이어 이날 최고 단계(4단계)인 ‘여행 금지’로 끌어올렸다.
국무부는 권고문에서 “세계적인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국외여행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인은 무기한 외국에 머물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즉시 미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도 모든 외국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권했다. 국무부의 권고는 강제성은 없지만 미국인들의 외국 방문을 한층 더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이란, 몽골과 한국의 대구,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베네토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 금지’를 적용해왔으나,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나빠지자 이를 전세계로 확대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 집계로 이날까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4만4천명을 넘겼고, 미국도 1만4200여명(사망 205명 이상)에 이른다. 미국은 전날 이 센터 집계로 확진자가 7700여명이었으나, 검사에 속도가 붙는 것과 맞물려 하루 만에 갑절로 뛰었다. 이로써 미국은 확진자 수에서 중국(8만1천여명), 이탈리아(4만1천여명), 이란(1만8천여명), 스페인(1만8천여명), 독일(1만5천여명)에 세계 6위다. 미국 뒤로는 프랑스(1만1천여명), 한국(8600여명), 스위스(4천여명) 등이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국경을 닫고 있다. 2월 초부터 중국으로부터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28개국에도 미국 입국을 막았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비자 업무도 중단했다. 지난 18일에는 무역 및 필수 이동을 제외하고 미국-캐나다 국경을 봉쇄하기로 했다. 미국은 남쪽 국경을 접한 멕시코와의 국경도 캐나다와 비슷한 방식으로 차단할 예정이라고 <엔비시>(N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주 전체에 향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식료품·의약품·기름 구매 등 필수적인 이동을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라는 명령을 19일 밤 발동했다. 약 4천만명이 영향을 받는다. 주 전체에 ‘자택 대기’ 조처가 내려진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다.
한편, 미 공화당은 현금 지급과 항공업계 지원, 중소기업 대출 등 총 1조달러(약 128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법안을 공개했다. 현금 지급은 개인소득 연간 7만5천달러(약 9600만원) 이하인 성인 1인당 1200달러(약 154만원)를 제공하도록 했다. 어린이도 1명당 500달러씩 받는다. 7만5천~9만9천달러 소득자는 이보다 적은 금액이 제공되고, 9만9천달러 이상 소득자는 아예 제외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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