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 가운데 최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공화당의 랜드 폴 의원이 지난 16일 의회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정가의 ‘이단아’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이 의회에 코로나19 공포를 몰고 왔다.
폴 의원은 23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일주일 전에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일주일 동안 의사당에서 일하며 많은 의원 등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미 상원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원이 된 폴 의원의 이런 행적으로 동료 의원들에게 추가적인 감염이 우려된다. 그는 지난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점심 모임을 가졌고,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의회 연단에 서기도 했다. 그의 확진 사실이 알려지자, 마이크 리 및 밋 롬니 등 적어도 5명의 상원의원이 자기격리에 들어갔다.
폴 의원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거나 아픈 사람과 접촉한 적이 없고, 증세도 없어 자신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이 검사를 받은 이유는 사고로 다친 폐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커스텐 시네마 민주당 상원의원은 “완전히 무책임하다”며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에게 접근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바이러스 전파를 확산시켰다”고 비난했다. 앞서 테드 크루즈 및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정난 뒤에도 자가 격리에 들어간 바 있다.
안과의사 출신인 폴 의원은 개인의 절대적 자유와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리버테리언’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또, 그는 미국의 대외 개입 및 국제기구 가입을 반대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인 대외정책을 의회에서 가장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미국도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한 적이 비일비재하다며 미국이 이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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