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를 미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 인구는 3800만명”이라는 황당한 사실 왜곡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당신은 미국이 코로나19 검사를 늘렸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미국은 인구당 검사 수에서 한국 같은 나라에 미치지 못한다. 왜 그런가? 언제쯤 그들과 동등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회견에서 자주 충돌했던 <피비에스>(PBS) 야미치 앨신더 기자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동등해졌다”며 “나는 누구보다도 한국을 잘 안다. 서울 인구가 얼만지 아나? 서울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 아냐”고 꾸짖듯 되물었다. 이어 “3800만명이다. 우리가 가진 어떤 것보다도 큰 숫자다. 3800만명이 빼곡하게 얽혀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광대한 농지가 있다. 우리는 큰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넓은 지역들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어떤 문제도 없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검사를 많이 한 것과, 미국처럼 방대한 땅에서 검사한 숫자를 비교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인구당 검사를 말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검사를 훨씬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머리발언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1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검사를 받았다. 하루에 10만개가 넘는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다른 어떤 나라도 이르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 등록 기준으로 서울의 인구는 973만6962명이다. 경기도(1326만5377명)과 인천(295만4955)까지 합친 서울·수도권 인구는 2595만7294명이다. 어느 숫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3800만명’과 거리가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미국에서 8일간 검사한 건수가 22만건으로 한국이 8주 동안 한 검사와 비슷하다’는 백악관 태스크포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의 말을 인용하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당시 시점에 한국의 검사 건수는 35만7000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수치와 차이가 컸다. 그는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도 3만2000명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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