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각) 바티칸시티의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로마에 역병이 창궐하던 1552년 당시 로마 주변에 살던 시민들이 전염병을 멈추는 기적을 바라며 운반해온 것으로 알려진 십자가(왼쪽)를 축으로 그 건너편에 프란치스코 교황(흰옷 차림)이 천막 아래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라틴어로 ‘로마 도시와 전 세계에’라는 뜻으로, 교황의 공식 축복과 강론)를 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향후 어느 시점에서 일단 잦아드는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올해 가을이 되면 제2차 발발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가을에 2차 확산기에 들어선다해도 그 양상은 지금과는 전혀 달리 ‘위협이 훨씬 덜하고 통제 가능한 정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제출된다.
1일 <데페아>(dpa)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감염병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3월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올해 가을에) 코로나19가 다시 강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가을이 오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그는 앞서 미국 ‘맥클래치 신문’에서도 “이번 바이러스는 순환적 특성을 가질 수 있어, 계절성 질병처럼 재출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여러 감염병 연구들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 바이러스 확산이 둔화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면서도 이는 여름이 되면 바이러스가 약화될 수 있겠지만 그러고나서 가을이 되면 다시 공격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포함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러스는 이전에 전혀 출현한 적이 없는 ‘신종’이기 때문에 따뜻한 날씨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을이 되면 바이러스 활동이 다시 증가하는 사례는 예전에 경험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유행 당시 미국에서 이 플루의 정점 봉우리는 두번에 걸쳐 출현했다. 첫 정점은 5월·6월에 있었고, 10월말에 두번째 폭발 정점이 또 찾아왔다. 두번째 확산은 그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감염 유행병 ‘종식’을 선언(2010년 8월)할 때까지 이어졌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가을에 2차 폭발이 오더라도 지금 전세계가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양상과는 “몇 가지 점에서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선, 각국에서 “진단, 판명,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제가 현재 여러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중이라며 “희망컨대, 이 중에 하나 이상의 치료제가 가을이면 실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에 대해서도 그는 “다수의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다. ‘효과’가 있다는 신호가 임상시험에서 곧 나타나면 가을이면 백신을 사용할 수 있고 그러면 상황은 지금과는 아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 모두가 지금 고난 속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단지 교훈을 얻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이번 사태를 통과하면서) 예전에 갖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가 확보하는 계기가 될도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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