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7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 음식점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채 테이크아웃이나 배달만 가능하다는 문구를 붙여놨다. 황준범 특파원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0년째 웨이터로 일해온 중미 출신 이민자 미겔 로드리게스(55)는 3주 전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 영업제한 조처가 내려지면서 근무하던 프랑스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인근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아내도 실직을 면하지 못 했다. 로드리게스는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1983년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엘살바도르에서 건너온 이래 처음으로 실직수당을 받을 처지가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의 실업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는 가운데, 로드리게스와 같은 음식점 종사자를 비롯해 저학력층, 여성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동부는 3월 일자리가 70만1000개 줄어, 실업률이 2월 3.5%에서 4.4%로 올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줄어든 70만1000개 일자리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레저·접객 분야로, 전체의 65%인 45만9000개가 줄었다고 <로이터>가 4일 보도했다. 이 분야에서 2년간 늘어난 숫자가 한달 만에 사라진 것이다. 그중에도 음식점·바 종사자들의 실직(41만7000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동부 집계는 3월12일 이전에 완료돼,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대부분의 주에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지며 본격적으로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사태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인종별로 보면 아시안과 라티노의 실업률이 전체 평균치(0.9%포인트)의 약 두 배인 1.6%포인트 올라갔다. 연령대로 볼 때는 젊은층의 실직 비율이 높았다. 10대의 실업률이 2월보다 3.3%포인트 오른 14.3%, 20~24살이 2.3%포인트 상승한 8.7%를 기록했다. 반면, 45~54살 실업률은 0.7%포인트 오른 3.2%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
고학력층보다 저학력층이 더 취약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이들의 실업률은 한달 사이 1.1%포인트 오른 6.8%로, 최근 3년 사이 최고치를 보였다. 반면, 대학 졸업장을 지닌 이들은 실업률이 0.6%포인트 오른 2.5%로 나타났다.
성별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남성과 여성의 실업률은 각각 0.7%포인트, 0.9%포인트 올랐다. 이는 접객·의료 분야에서 실업이 많이 발생한 것과 관련 있는 걸로 풀이된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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