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논란으로 사임한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 장관 직무대행. 로이터 연합뉴스
미 핵추진 항공모함의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미 해군 장관 직무대행이 사임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각) 본인 트위터를 통해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 장관 대행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모들리 대행은 핵항모 ‘유에스에스(USS)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저 함장을 경질하고 인신공격 발언을 했다가 호된 역풍을 맞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모들리 대행의 사의 표명에 에스퍼 장관이나 백악관이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루스벨트호 함장인 크로저 대령이 미 국방부에 코로나19 대책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은 크로저 함장이 국방부에 편지를 보내,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전 승무원의 격리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루스벨트호 승무원 4천여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크로저 함장은 “전시도 아닌데 해군 병사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모들리 대행은 지난 1일 <시엔엔>(CNN) 회견을 통해 이런 요청을 거부했다. 모들리 대행은 “우리는 그 배의 현장 지휘부와 의견이 다르다. 핵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 등 그 배에서 우리가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모들리 대행은 크로저 함장이 보낸 승무원 하선 요청 서한이 언론에 공개되자 일부 승무원을 하선하도록 했지만, “크로저 함장의 판단이 매우 좋지 않았다”며 그를 경질했다.
이 과정에서 모들리 대행이 크로저 함장을 “순진하고” “멍청하다”고 비난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모들리 대행은 본인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버티다가 미 하원 군사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높아지자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루스벨트호에서는 이날까지 승무원 최소 230명이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그(모들리)는 해군과 수병들을 자신보다 우선시하면서, 자진해서 사임했다”며 “수병들을 위한 그의 보살핌은 진심이었다.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짐 맥퍼슨 현 육군 차관이 해군 장관 직무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군인 신병 처리 문제로 마찰을 빚은 리처드 스펜서 해군 장관을 경질한 뒤 정식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육·해·공군에 민간인 신분의 육군 장관과 해군 장관, 공군 장관을 각각 둬 민간인이 군인을 통솔하는 ‘문민통제’를 실현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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