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멈춰선 미국의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기 위한 ‘미국을 다시 열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3단계로 이뤄진 경제 활동 재개 지침을 공개하고, 그 판단과 실행을 각 주지사들에게 맡긴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멈춰선 미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시동을 건다고 공식 선언해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시에, 그 권한과 책임은 자신이 아닌 주정부들에게 넘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을 다시 열기’라는 제목의 정상화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미국인은 다시 열고 싶어한다. 국가적인 셧다운은 지속가능한 장기적 해법이 아니다”라며 “우리 시민의 건강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 경제의 건강과 기능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급적 빠른 정상화를 희망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꺼번에 여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하나의 신중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며 단계적·점진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화에 언제, 어떻게 들어갈지는 각 주지사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 앞서 주지사들과 전화회의를 하고 정상화 가이드라인 설명하면서 “여러분들이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상화 결정권에 대해 “완전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말했으나, 이후 “주지사들에게 권한을 인가한다”며 물러선 바 있다.
이날 공개된 18쪽 분량의 미국 정상화 가이드라인은 정상화의 각 단계들에 진입하기 위한 ‘항시적 판단 기준’으로 △14일간 독감과 코로나19 비슷한 증상이 하향 곡선을 보일 것 △14일간 확진자 수 곡선이 하향하거나 검사 수 대비 양성 반응자 비율이 떨어질 것 △병원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고 의료진을 위한 강력한 검사 프로그램을 갖출 것을 제시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정상화 1단계에 진입한다. 1단계에서는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을 최소화하고, 현재 문을 닫은 학교들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는 등의 조처가 포함됐다. 영화관이나 종교시설, 앉아서 하는 식사 등도 엄격한 물리적 거리 유지를 조건으로 허용한다.
1단계 조처를 시행하면서 14일간 코로나19 환자가 더 늘지 않는 등의 항시적 판단 기준을 충족하면 2단계로 들어간다. 2단계에서는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을 재개할 수 있고, 학교와 캠프 같은 청소년 활동들을 재개할 수 있다. 술집도 손님 수를 줄인 채 영업 재개를 할 수 있다.
2단계 조처를 취하면서 14일간 환자가 늘지 않으면 3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는 코로나19 취약자들도 공개 활동을 할 수 있고, 음식점이나 술집 등은 최소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정상 운영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특정한 시점은 담겨 있지 않으며, 각 주나 하위 단위별로 재량껏 판단하도록 했다. 법적 강제성도 없다.
<시엔엔>(CNN)의 의학전문 기자 산제이 굽타는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정상화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진단검사 능력이 대폭 확충돼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주지사들을 도와줄 것”이라면서도 검사는 각 주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진단키드 등 의료 용품 공급과 정상화 재개 결정 시기 등을 놓고 물밑 신경전이 계속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이미 조건을 갖춘 주들도 있다. 그런 곳들은 말 그대로 내일부터라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조바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4일 “20여개 주는 매우 좋은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에게 정상화 권한을 넘긴 것은 정상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할 경우 자신에게 비난이 오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깔렸다고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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