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 석유 수요 감소에 원유 저장 시설 부족이 겹치면서 국제 유가가 이틀째 폭락했다. 쿠싱/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이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지 하루 뒤인 21일 6월물 서부텍사스유는 장중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고, 브렌트유 6월물은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 내린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20달러에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장중 70% 가까이 밀리면서 한때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물 WTI은 26달러에서 18달러로 떨어졌다.
전세계 유가의 기준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한 때 17달러선까지 밀렸다가 소폭 반등했다. 이는 2001년 12월 이후로 18년여만에 최저치다.
전날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던 5월물 WTI는 이날 47.64달러 오른 10.01달러로 마지막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의 연쇄 하락세는 유가 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산유국들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과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예정에 없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진행했지만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OPEC 좌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성명을 내고, 추가적인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셰일 업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원유·가스 산업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에너지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에게 이 매우 중요한 기업들과 일자리가 앞으로 오랫동안 보장될 수 있도록 자금 활용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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