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주들이 코로나19로 문 닫았던 상점들의 영업 재개를 일부 허용한 가운데, 25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풀러의 한 이발소에서 점원이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세계 최다 감염국인 미국에서 일부 주들이 속속 경제 활동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2차 확산’ 가능성을 품은 불안한 재가동이어서 경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조지아주, 오클라호마주, 알래스카주가 미용실·이발소, 체육관, 볼링장 등에 손님 수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영업 재개를 허용했다. 텍사스주도 가게 앞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플로리다주와 하와이주도 해변을 제한적으로 개방했다.
조지아주의 한 이발소에서는 영업 재개 첫날인 24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이 곳의 매니저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말했다. 손님들은 전화 예약을 하면서 이발소의 방역 조처를 물었고, 매니저는 종업원들이 마스크와 보호기어를 착용하며 손님이 앉은 의자를 매번 청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이발소의 종업원 두 명은 감염 우려 탓에 아직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로 반신반의하는 속에 경제 활동 정상화를 하는 주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테네시주는 27일부터 식당 영업을 재개하고, 콜로라도주, 미네소타주, 몬태나주도 이번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 켄터키주는 27일부터 병원들이 일반 외래환자 진료를 볼 수 있다. 미주리주, 아이다호주도 5월 첫주부터 점포나 종교시설 문을 연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뉴욕주도 다음달 15일 이후에는 건설·제조업 분야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가 26일 밝혔다.
보건 전문가들은 “너무 빠르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미용실 등 재개에 반대했던 조지아주에 대해 “분명히 섣부른 행동을 하고 있다. 감염 상황에 비해 너무 빠르게 재가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지아주의 확진·사망자 추이가 아직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주 재개에 들어가는 콜로라도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지난 24일 최고치(122명)로 오른 것도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26일 밤 11시30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6만5783명, 사망자는 5만4883명이다.
시카고의대 수석 감염병학자인 에밀리 랜던은 <워싱턴 포스트>에 “이건 새로운 바이러스이고 경제활동 재개는 신중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개인보호장비나 사회적 거리두기, 사려깊은 정책 없이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안에서도 보건전문가들은 신중한 자세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데버라 벅스 조정관은 주말 <엔비시>(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5월 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급감할 것이라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름까지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에 나선 주지사들은 “나는 안내를 하는 것이고, 음식점들 스스로 준비 안 됐다고 생각하면 열 필요 없다”(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데 초집중하고 있다”(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고 반박했다.
한편,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살균제 인체 주입’을 언급했다가 호된 비난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바이러스보다 경제 챙기기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에이피>(AP)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기업인들이나 주지사들과의 대화를 늘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설을 트위터를 통해 부인하고 “앨릭스는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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