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웠던 미국 뉴욕의 의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뉴욕 맨해튼의 뉴욕장로교알렌병원의 응급실장 로나 브린(49·사진)이 26일 자해로 인한 부상으로 숨졌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했다.
로나 브린 박사는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중 감염돼 열흘간 치료를 받았다. 회복 뒤 업무에 복귀했다가 상태가 악화돼 다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자택에 머물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브린 박사는 숨지기 전 가족들에 의해 강제로 집으로 옮겨져 가료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 “(로나 브린 박사는) 코로나19 전 별다른 정신과 병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아버지 필립 브린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딸이 넋이 나간듯 보였다”며 “딸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려 했고, 이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필립 브린 박사는 딸 로나가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앰뷸런스에서 하차하기도 전에 죽어가고 있었다”며 아주 비통해했다고 전했다. 로나 브린 박사가 일했던 200병상 규모의 병원에서는 이미 수많은 환자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딸은 정말로 최전선의 참호에 있었다”며 “딸을 영웅으로 칭호해야만 하고, 죽어간 다른 이들처럼 딸도 희생자”라고 말했다.
뉴욕장로교알렌병원은 성명을 내고 “브린 박사는 최고의 의료인 정신으로 응급실 최전선에 임한 영웅”이라고 치하했다. 브린 박사가 숨진 고향 샬로츠빌의 라샬 브랙니 경찰서장은 성명에서 “일선 의료진들은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의 정신적·육체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전문 의료진들은 (이미)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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