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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전세계 12억9천명 학업 공백…계층간 격차 심화 우려

등록 2020-04-28 17:45수정 2020-04-29 02:41

유네스코, 186개국 ‘코로나 휴교’ 부작용 경고
싱가포르, 사스로 2주 휴교 때 방학 줄여 보충
벨기에, 두달 쉰 학생 유급률 높고·진학률 낮아

초등 저학년 학습결손 피해 집중…빈부 격차 심화
교육 전문가 “온라인 수업보충·맞춤형 지도 절실”
니카라과 정부가 27일부터 학교를 다시 열기로 함에 따라 수도 마나과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등교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휴교로 대규모 학력 저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마나과/AP 연합뉴스
니카라과 정부가 27일부터 학교를 다시 열기로 함에 따라 수도 마나과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등교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휴교로 대규모 학력 저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마나과/AP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유례없는 전세계적 휴교 사태가 이어지면서, 미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대규모 학력 저하 피해가 우려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학력 저하가 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장차 빈부격차 심화와 계층이동 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28일(현지시각) 세계에서 휴교로 학업 차질을 겪는 학생이 유치원과 초·중·고·대학생의 73.8%인 약 12억9천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정상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나라는 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유럽의 벨라루스, 중미의 니카라과, 아프리카의 부룬디 등 단 5개국이다. 186개 국가는 부분 또는 전면 휴교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휴교가 부작용을 남긴 각국의 전례를 보도했다. 2003년 싱가포르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번지면서 단 2주간 휴교를 했는데도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나타났다. 싱가포르 정부는 한 달간의 방학을 2주로 단축해 수업 결손을 보충했다. 1990년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지역 교사 파업으로 두 달 동안 학교를 쉰 학생들은 파업이 없었던 네덜란드어권 학생들보다 유급 비율이 높고 고등교육 이수율은 떨어졌다. 또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간 서부 아프리카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임신과 학업 중단이 급증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저학년 학생들이 긴 여름방학을 보낸 뒤 지난 1년간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까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이나 인내심, 자기통제 능력도 배우기 때문에 휴교는 인생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학교 급식이 중요한 영양 공급원인 저소득층 학생들은 건강까지 해칠 상황이다.

휴교는 학생들의 장래 소득에도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노르웨이 통계청이 학교가 1년의 반을 휴교할 경우 생길 피해액을 추산한 결과, 보수적으로 잡아도 하루에 17억크로네(약 19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 대부분은 학생들이 어른이 된 뒤 소득 감소분이며, 나머지는 육아 부담 등에 따른 부모들의 생산성 하락분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를 보면, 학교를 1년 더 다니면 연수입이 10%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간, 계층간 격차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영미권 교육학자들은 고학력 부모나 가정교사의 지도 아래 컴퓨터 등을 활용해 공부하는 부유층과 돌봐줄 어른이나 정보 기기도 없이 방치되는 저소득층의 격차는 20~30년 뒤 전세계의 양극화 심화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업 차질 완화 대책으로는 온라인수업 확충과 함께 온라인수업에서 배제되는 학생들에 대한 개별 맞춤형 지도, 무엇보다 안전하게 학교를 다시 여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는 방역 정책 등이 꼽힌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최근 “유례가 없는 교육 중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의 협력밖에 방법이 없다”고 역설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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